한국당 "대통령은 '충성' 국회의원들 보며 흐뭇하고, 의원들은 공천 보장받은 양 기뻐했다"
"짜투리 4당과 의회폭거 일으킨 여당 지도부와 '협치 실종' '공존' 야당 탓...국민 어이없다"
바미당 "국론분열 원흉 되기로 한 대통령 아니라면 패거리정치 문화부터 걷어차라"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법 등 사법개악법 날치기를 치하한다며 1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한 가운데, 야당에선 "그들은 불타는 금요일을 보냈지만 국민들은 속타는 금요일을 보냈다"고 힐난했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공세를 펼 때 자주 인용하던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天人血·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요),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옥쟁반 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낙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라는 한시(漢時)를 적어 올린 뒤 이같이 말했다.

이창수 대변인은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원망소리는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자화자찬 파티를 열었다"며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흐뭇해 했고,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마치 '공천을 보장받은 양' 기뻐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권력기관 개혁은 20여년 동안 여러 번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에 완수했다. 고생 많이 했다"면서 "그렇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게 공존의 정치, 협력의 정치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4+1'을 통해 선거법은 헌정사상 첫 제1야당 패싱으로 날치기하는 등 관심법안을 온통 밀어붙여놓고 '협치가 아쉬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가 다투더라도 무쟁점이거나 국민의 의사가 분명하게 확인된 사항에 대해서는 협력의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했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사법부 내부는 물론 진보보수를 가리고 않고 비판이 터져 나오는 공수처법 처리에 대해 치켜세우고,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온 날치기 선거법을 치하했다"며 "'짜투리 4당'과 (이른바 4+1 협의체의) 날치기 처리로 의회폭거를 일으킨 여당 지도부에게 (대통령은) '협치의 실종'을 이야기했고, 청와대 참모진 수십명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총선판에 뛰어든 마당에 민생법안을 입에 올렸다"고 힐난했다.

그는 "역시나 그들이 있는 곳에 이율배반, 후안무치가 빠지면 아쉬운 법"이라며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건배사로 '공존'을 외쳣다고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원하는 것, 내편만의 共存인가 아니면 국민도 안중에 없는 空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김성원 대변인도 17일 구두 논평에서 "지난 1년 동안 이런 난장판 국회를 만든 책임을 아직도 야당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구중궁궐에서 자신들만의 파티를 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제3원내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도 18일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존과 협력의 정치를 운운하며 만찬을 즐긴 대통령. 아직도 같은 편만 챙기고, 지지 세력만을 결집시키겠다는 사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라며 "오직 '자기편끼리'만 회동하는 게 협치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민주당을 살뜰히 챙기기 전에, 야당을 먼저 불러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국론 분열의 원흉이 되기로 한 대통령이 아니라면, 대놓고 패거리 정치를 주도하는, '끼리끼리 문화'부터 걷어차라. 집권 여당도 만찬을 즐길 때가 아니다. 외교, 안보, 정치, 경제 등 온전한 것이 없다"며 "대통령과의 만찬보다 야당과의 대화가 우선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극한 대결이 가속화되어 국가적 혼란 상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협치의 진정성,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날 대통령 주재 청와대 만찬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부대표단 등 의원 13명이 참석했다. 2시간쯤 진행된 만찬에선 비빔밥과 도미찜, 갈비, 콩나물국 등이 메뉴로 나왔다. 문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단을 초청해 식사한 것은 작년 7월 청와대 오찬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번 만찬 당시 현장은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았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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