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독립적인 전문가 지정해 점검...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 "재벌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

이재용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최근 삼성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 살피고,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은 즉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해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점검하려 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 재판부가 직접 이 부회장에게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날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오늘 피고인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국민에 대해 약속을 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방법으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독립적인 제3의 전문가를 지정해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명의 위원을 두고 그중 한 명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은 즉시 반발하며 "대통령과 최고 재벌총수 간의 사건에 (준법감시)제도 수립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과 같은 거대 조직이 없는 미국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극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재벌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하다"며 "재벌체제 혁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준법감시제도 하나만으로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외부에서는 재판부 명령이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며 "특검은 재판부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회복적 사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2월 14일로 지정하고, 그때까지 관련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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