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정치성은 전·현직, 보수건 좌우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
“사표 내고 떠나봐야 남은 법관들에게 법복 정치인의 혐의 씌우는 것”
“과거의 동료들을 정치집단이라는 매도 앞에 도매금으로 내던지지 말아달라”
총선 출마 시기 맞춰 퇴직한 판사는 총 3명...최기상 전 판사는 출마 고심 중
이수진 전 판사, 민주당 소속 수도권 출마 의사...장동혁 전 판사는 한국당 영입돼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

정욱도(44·연수원 31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가 오는 4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한 3명의 법관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치권으로 적(籍)을 옮기는 법관들은 “법의를 벗더라도 몸은 이미 정치인이었던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양승태 대법원을 비판하고 소위 ‘사법개혁’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정욱도 부장판사는 17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을 글을 올리고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관이 악덕을 체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며 “법관은 통치에 대한 통제를 위임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에서 똑똑히 목격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이수진(51·연수원 31기), 최기상(51·연수원 25기), 장동혁(51‧사법연수원 33기) 전 부장판사

현재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법의를 벗은 판사는 3명으로 이수진(51·연수원 31기) 전 부장판사, 최기상(51·연수원 25기) 전 부장판사, 장동혁(51‧사법연수원 33기) 등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무원 등은 전날(16일)까지 사직해야 하는데 이들 모두 시기에 맞춰 사표를 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장 전 부장판사는 자유한국당의 영입 제안을 받고 법원을 떠났다.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최 전 부장판사는 아직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고심 중이라는 건 법조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가리켜 헌정유린 행위라고 비난한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 부장판사는 “변신하는 분들은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며 “본인만 혐의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 남은 법관들, 특히 같은 대의를 따르던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루어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며 “제발 과거의 동료들을 도매금으로 정치집단이라는 매도 앞에 내던지지는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이 당신에게 법관으로서의 입신 기회를 주고 정치인으로서의 발판까지 되어준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 휘하의 법원은 관례와 달리 이들의 사표를 신속히 처리했다. 법원의 정기인사는 매년 2월로 정해져 있다. 특정 물의를 일으킨 법관이 아니라면 정기인사를 벗어난 시점에 사직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상 관례를 따르면 이들의 사표는 처리 불가 사안인 셈이다. 그러나 법원의 이례적인 결정에 법조계에서는 법관들의 총선 출마에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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