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3단계 걸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의료계 "생명 살리는데 필수적인 의료에 먼저 재정 쏟아야 옳다" 강력 비판
"당장 많은 사람에게 생색낼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세금 사용하는 것"
"지금은 정말 엉망진창...오로지 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탄식

보건복지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문재인 정부의 첩약 급여화에 대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냉소한 가운데 의협 공보이사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필수의료에 쓰여야 할 세금을 사용한다”며 소위 ‘문재인 케어’를 강력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제전자센터에서 ‘한약 급여화 협의체’ 회의를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만에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안 공개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사업 돌입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회의 직후 회의 내용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면서 구체적 회의 결과는 공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일부 매체에 “구체적인 시범사업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상정 전까지 비공개로 하기로 했기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1월 중 건정심 소위를 열어 해당 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월 중 건정심 소위에서 논의한 시범사업안을 2월로 예정된 건정심 전체회의에 상정해 확정·시행할 방침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3단계에 걸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급여화에 투입되는 재정은 첫해에만 500억 원이 소요된다. 급여 대상 질환은 여성 갱년기 질환 등 5개 질환이며, 환자 본인부담률은 대략 50%로 책정됐다. 정부는 우선 한의원부터 대상 기관으로 한정해 첩약 급여화 1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점차 한방병원과 약국 등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 첩약을 국민 세금으로 급여화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근본 취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고서(古書)에 근거한다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첩약은 안전성·유효성 검증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나서 임산부와 소아에게 한약을 복용하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첩약 급여화는 한 직역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의약분업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 보장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우선순위도 직역 간 보험재정의 배분이나 보장성의 범위에 대한 상대적 비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지금은 정말 엉망진창”이라며 “지금은 오로지 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하지 않고 우직하게 잘 만들어야 할 의료”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주장한 필수의료부터의 보장성 강화에 정부는 관심이 없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 이사는 “소아 인공혈관, 면역항암제, 외상센터 같은 것들이 필수의료의 항목으로 생명을 살리는데 필수적인 의료들”이라며 “하지만 이런 곳에 세금을 사용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표)가 제한적이고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조 이사는 “(문재인 정부가) 필수적이지 않아도 당장 많은 사람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MRI, 초음파를 급여화하고 추나요법, 첩약같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필수의료에 쓰여야 할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정부 당시 노인과 여성 질환 대상 치료 목적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건보재정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계획은 전면 백지화 된 바 있다. 한의사협회가 약국을 배제하지 않으면 정부의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력 반발하는 등 한의업계 이해 관계에 따른 내홍이 상당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소위 ‘문재인 케어’를 앞세워 지속돼야 할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려 한다는 비판이 의료계 안팎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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