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관리 관련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 갈 수 있다...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겠다"
'경선 룰' 두고는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를...당원 50% 투표론 新人 진입장벽 너무 높다" 상향식 공천 강조
"보수통합이란 말은 싫고, 야당통합 해야...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통합도 못하는 야당에 국민 표 안준다"
"설 전에 통합 흔쾌히 타결되면 바랄 게 없다...통합추진위 활동 침해하지 않도록 비공개로라도 힘 보탤 것"

자유한국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황교안 당대표가 전권(全權)을 다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혀뒀다. 또 향후 공천관리에 대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겠다"며 "아끼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이 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김형오 신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한국당 대회의실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공식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전권 없이 어떻게 (공관위원장으로) 일하겠느냐. 어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 얘기 다 옳다' 이렇게 하다보면 일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 구성원들에게) 일단 나를 믿으라고 하는 거다. 믿지 않으면 위촉도 하지 말아라. 믿고, 믿었으면 끝까지 가라' 이건 황 대표도 변함 없을 것"이라며 "(황 대표에 대해) 확신을 했기에 (공관위원장을) 맡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로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사후 교감을 통해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월17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오른쪽)이 황교안 당대표(왼쪽)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김 공관위원장은 향후 공천관리에 관해 "공관위에서 '이것이 공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공관위원들이 소신과 사명감으로 임하도록 (외부 간섭으로부터) 울타리·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또한 '경선 룰'을 두고 "완전한 국민경선을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그런데 완전한 국민경선을 하면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얘기하는데, 좋은 게 아니다"며 "미국 오픈 프라이머리를 보면, 국회의원 재·당선율이 거의 90%다. 완전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제도를 무조건 받아들여선 안 되고,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를 한국당이 실현해서 정치신인이 진입장벽 때문에 틀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완전국민경선제는 새로운보수당에서 주장한 사항'이라는 질문에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새보수에서 얘기했다는 건 처음 들었다"고 반응했다.

그는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로 가야 한다"며 "그 이유는 진입장벽이다. 지금 완전국민경선제를 이름만 해놓으면 시민은 못 들어간다. 당원 50%에 시민이 어떻게 되겠느냐. 전체적으로 적극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며 "우리 입맛대로 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와 후보·신인들이 '이런 정당이라면 한번 들어가봐야겠다, 일해봐야겠다'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내부 경선은 '당원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현행 방식으로는 출마자의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위원장이 '한국형'을 강조한 것은, 100% 여론조사 방식의 완전국민경선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물리적·기술적 한계가 있으니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최대한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월17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황교안 당대표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기호 기자)

이밖에 김 위원장은 '영남 다선의원 물갈이 필요성과 당내 전현직 지도자급 인사들이 영남권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물갈이란 말을 참 싫어해 물갈이보다 판갈이라는 표현을 써왔다"며 "공천 때마다 오염된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더라. 살려면 오염을 정화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판을 갈자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공천관리를 맡았으니까 물갈이라기 보다는 새 물고기들을 많이 영입하는, 새로운 인재들을 많이 발굴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며 이른바 '판갈이'는 "21대 국회에선 물갈이와 판갈이가 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차기 국회에 당부했다. 지도자급 인사들의 당 텃밭행을 두고는 "공관위원들과 충분히 숙의하고 논의하겠다"면서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 "12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분들의 결단이 절대 헛되지 않아야겠다"며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보수통합' 관련 질문에 "보수라는 말을 좀 싫어하지만, 야당이 뭉쳐야하는 건 당연하다. (현재 문재인 정권에서) 제왕적 대통령은 점점 더 제왕이 돼 황제급이 됐다. 3권 분립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며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이런 대통령제 하에서 야당이 분열되는 모습으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여러 당이 난립하기를 바라는 정당은 분명히 여당"이라며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야당이 통합하는 건 필요충분 조건으로 따지자면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통합이 된다고 해서 국민들이 표를 준다는 건 아닌데, 이것도 못하면 표를 주겠느냐. 논의 중인 분들이 더 절실함과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미래를 제시하겠다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교체론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공관위원장이) 감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다. 죽길 원하지 않고 살길 원하는 사람을 원한다면 언제든 지정해달라"며 에둘러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설 전에 (통합이) 흔쾌히 타결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고, 설 전에 원칙이라도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승민 의원 등 새보수당 측을 직접 설득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공관위가) 통합을 위해서라면 공천관리하고 연결점이 돼 무슨 역할이든 하겠지만,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활동에) 절대 침해하진 않을 것"이라며 "비공개적으로 해서 잘 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소리 없이 힘을 보태주는 게 도리가 아닌가"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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