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작년 국민들은 겉으로만 정의 외치는 위선자들 목도했다" 이종헌씨 영입 취지 설명
이씨, 지난 2017년 5.9 대선 민주당 선대위 공익제보지원위원 위촉됐으나..."활동 없더니 文 당선 후 해산됐다"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 수차례 설득에 수락한 이씨..."공익신고자에 30% 공천가산점 혁신, 어느 당에도 없었다"
미투-내부고발은 與 띄우다 버린 코드...'마지막일 수도 있는 총선' 앞두고 영입인재 출신성분만 다양화 구태 반복?

자유한국당이 16일 '산업재해 공익신고자'로서 제19대 대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도 합류했었던 팜한농(옛 동부팜한농) 구미공장 직원 이종헌씨(47)를 4.15 총선을 위한 '4호 영입인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휘슬블로어(내부 공익신고자)를 영입한 것은 '겉으로만 정의를 외치는 위선자들'을 겨누는 취지로 알려졌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올해 세번째 2020 영입인재 환영식을 열고 이종헌씨를 "양심(良心)과 정의(正義)의 편에 선 공익신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의 거듭된 설득으로 입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주식회사 팜한농 산업재해 내부고발 투쟁을 수년째 지속해 온 임종헌씨가 1월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4호 영입인재'로서 소개된 가운데, 내부 공익신고자를 일컫는 '휘슬블로어'의 상징 격인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씨는 지난 2014년 농약·비료제조사 팜한농 구미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사 측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알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총 24건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이 드러났고, 회사는 1억5480여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로 인해 사측은 이씨에게 사내전산망 접속 제한, 대기발령, 부당전보, 사무실 격리배치, 최하위 등급 인사평가와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가했으며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세차례 신청해 투쟁했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공익신고자 보호와 권익 증진'이라는 코드를 대표하는 인물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자됐다. 지난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으로 자문을 맡았다. 

"그러나 공익제보지원위는 별다른 활동도 없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에 즈음해 해산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또 "이씨가 대한민국 '양심의 파수꾼'으로 무너진 정의를 다시 일으키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환영식에서 "지난해 국민들은 겉으로만 정의를 외치는 위선자들 때문에 사회가 얼마나 혼탁할 수 있는지 똑똑히 목도했다"며 "이종헌님과 같이 용기 있는 분들이 더 큰 용기를 내 더 큰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사회의 폐단과 부조리를 바꿔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에 한국당 영입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공익신고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당이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앞으로 근로자들의 건강한 일터와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을 위해 힘껏 싸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영입 수용 배경으로 "염동열 영입위원장이 수차례 설득하며 진정성을 보여줬고, 어떤 정당도 '공익신고자에게 30%의 공천 가산점을 준다'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어서 당의 결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영입위를 통해 밝힌 '입당의 변'에서 "저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그 권익을 증진하는 일이라면 보수-진보를 구별하지 않고 항상 미력이나마 돕고자 했다"며 "(그동안) 제 공명심이나 재벌 대기업을 혼내기 위해 공익신고를 한 게 아니다. 기업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 근로자들이 행복한 일터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선대위 공익제보지원위가 해산된 정황 역시 그가 거론했다.

이날 영입인재 환영식에서는 '양심적 고발'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와 호루라기(휘슬) 수여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씨는 직접 호루라기를 불어보이는 등의 퍼포먼스를 한 후 당 지도부와 함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같은 인사는 현 집권세력이 지난 2018년 말부터 불거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실'의 부당한 특별감찰반원 원대복귀 조치, 신재민 기획재정부 사무관 형사고발, 지난해 확인된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비위감찰 무마 등 내부고발자 탄압에 주력해 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념·체제 전쟁'에 다름 없는 이번 총선 인재영입으로서의 확고한 명분과 설득과정이 부족해, 당 지지층 반발 요소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극지탐험가 출신 3호 영입에 이은 4호 영입 결과를 보고, 영입인사의 출신성분을 다양화하는 데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투·내부고발 등 현 집권세력이 먼저 띄웠다가 유불리에 따라 내던진 코드를 '인재영입'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숙의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비쳐, 연말연시 '반(反)좌파 투쟁'을 부르짖던 당의 분위기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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