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만평으로 유명세...'따뜻한 이미지' 뒤의 추한 민낯
-촛불집회 극찬하고 블랙리스트 비판하며, 예술이 '아픔' 위로하는 역할의 중요성 강조
-세월호 희생된 아이들 잊지 않겠다더니...본인 성추행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냐 지적나와
-2012·2017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적극 지지...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정책위 위원 지내

과거 한겨레만평 활동 등을 통해 시사만화의 거물급 인물로 알려진 박재동 화백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문화예술계 성추행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SBS 뉴스는 26일 웹툰 작가인 이태경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 화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태경 작가는 자신이 2011년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만난 박 화백으로부터 “반갑다면서 허벅지를 쓰다듬고 치마 아래와 다리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며 당시 성추행을 당한 상황을 폭로했다.
 

SBS 화면 캡처
SBS 화면 캡처

이 작가는 당시 박 화백이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예비신랑과) 성행위를 해봤느냐”, “내가 주례해주면 너는 어떻게 해줄 거냐”, “나랑 호텔에서 춤 한 번 춰줄 수 있겠냐” 등의 심한 불쾌감을 주는 성희롱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사건 직후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곧바로 따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자신이 삽화가로 참여한 한국만화가협회 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박 화백은 오히려 그에게 전화를 걸어와 제보 사실을 캐묻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 화백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다. 내 기억에 성희롱할 생각도 없었다. 근데 우리가 그때 막 친하게 다 지내고 격의 없이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엇을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지난해,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여자는 보통 비유하기를 꽃이나 과일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상큼하고 먹음직스럽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씨를 얻을 수가 있다”며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등 강력 항의하자 박 화백은 세 차례에 걸쳐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박 화백은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정의롭고 따스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이렇게 감격적이고 자랑스러운 광경을 만들어내고, 같이 기뻐했던 나라나 국민은 없었다.”며 촛불집회 풍경을 극찬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이윤택씨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논란 당시, 박 화백은 언론조차 움츠러들게 만든 사회 구조 속에서 예술가들의 용감하게 목소리를 높이 평가했고, 그런 성과들의 하나로 영화 <변호인>과 <암살>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술인이 ‘순수 예술’을 한다며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도 밝히며 예술이 ‘아픔’을 위로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작년 대선 시점에는 ‘블랙리스트 논란’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가동한 ‘문화예술정책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정책위’는 블랙리스트 근절과 문화예술 창작인에 대한 적극 지원 등을 과제로 문화예술계 인사 70여명이 참여했다. 그는 최근 문화예술계 성폭행 논란의 기폭제 역할을 한 이윤택 연출가와 마찬가지로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문화예술인이다.

최근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박 화백을 오디세이 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1년간 자율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학교로 다음 달 정식개교를 앞두고 있다.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조희연 교육감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모습이다.

또한 박 화백의 그림을 토대로 한겨레출판사에서는 2015년 4월 ‘잊지 않겠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해당 서적은 시사만화가 박재동은 단원고 학생 80여 명의 그림을 그려 <한겨레>에 가져온 것으로 시작된다. 박재동 만화가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보며, 눈 코, 입, 뺨, 머리카락도 어루만진다. 너희들의 꿈도 만져진다. 그러니 내 여태 그림 연습한 것이 너희들을 그리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싶어진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인터넷 캡처)

한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과 달리 정작 자신의 성추행 사건은 잊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다시 한 번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자 그에게 유대감을 느꼈던 이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 근절,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기대시켰던 거물급 인물들이 연이어 폭로 대상이 됨에 따라, 사회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온 좌성향 문화예술인들의 민낯과 이중성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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