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한 달간 해군훈련 마치고 귀국 후 “차라리 배나 탔으면 좋겠다”
“죽을 힘을 다해서 정말 어떻게든 밀어붙여 보려고 했는데 이제 안 되겠다”
‘적자’ 외상센터 운영 놓고 아주대 윗선과 갈등 겪은 것으로 알려져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교수./연합뉴스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교수./연합뉴스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권역 외상센터장)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아주대병원 윗선 측과의 갈등 논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 언론사를 통해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그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라고 욕설과 폭언을 쏘아붙인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오전 일부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서 그는 “바다에 있을 때가 좋았고 10m짜리 파도를 맞는 게 낫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해외에서 진행된 해군 순항훈련에 지난달 14일 참가한 뒤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으로 귀국한 후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어디 숨어 지내다가 (이번처럼) 배나 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아주대 본원이 외상센터 측의 환자에 병상을 제공하지 않아 많은 환자가 발길을 돌렸다”는 자신의 주장을 아주대 측이 “내부 공사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반박한 점에는 크게 반발했다. 그는 “무슨 그따위 거짓말을 하느냐. 병실은 언제나 주지 않았다”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정말 어떻게든 밀어붙여 보려고 했는데 이제 안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교수가 해군 훈련에 참가 중이던 지난 13일 한 언론사를 통해 이 교수와 아주대 윗선 간의 골 깊은 갈등 정황이 포착된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선 유 원장이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라고 하자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말끝을 흐린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이 교수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병원 측이 국비로 받은 권역 외상센터 운영 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는 등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을 계기로 갈등이 촉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또한 매년 적자 상태에 빠지는 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한참 전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을 것이라는 관점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해군훈련을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에게 “보건복지부하고 경기도에서 국정감사까지 하고 그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최고 단계까지 보고한 거 아닌가”라며 병원 운영 실태를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2018년 국정감사 이후 정부는 아주대병원 측에 의료원 67명을 보충하기 위한 22억원의 예산을 지급했지만 아주대 측은 36명을 증원하고 나머지는 기존 의료원들의 월급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본원이 지난해 9월 병상 제공을 거부해 외상센터 환자들이 적절한 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 전 도입된 응급의료 전용헬기의 운용에 대해서도 본원 측은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아주대 측은 ““이 교수가 내세운 주장들의 사실 여부를 몇 가지 데이터를 정리해 외부에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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