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거부...판사 “위헌, 위법”
“검사들은 수사 절차 적정성에 신경 쓰고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영장 불응은 법치 부정하는 것”...“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거부, 법원이 한 게 아니라고 또 거부. 본질은 그냥 영장 거부”

서울 서초구 대법원./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을 향한 검찰의 거침없는 비판 대열에 판사들이 합류했다. 현 정권의 부패·비리 범죄를 수사해 온 보복성 인사를 당한 데 이어 검찰 수사력을 약화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강행 처리한 후안무치(厚顔無恥)에 그간 검찰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크게 반발해왔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가 ‘울산선거 개입’과 관련한 검찰의 정당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자 판사들조차 “위헌, 위법”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판사들의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 야단법석(이판사판)’에는 청와대가 지난 12일 검찰의 자치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시도를 불허한 것을 상세하게 비판하는 게시글이 게재되고 있다. 그중에는 “(청와대가) 영장에 불응하고 앞으로도 이런 이유로 계속 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면 위헌, 위법한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는 글이 있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영장 불응이야말로 법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판사판’은 지난 2014년 10월 만들어졌다. 좌파 성향의 판사들 사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원 판사가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행정처에 판사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이탄희 판사도 여기 소속이다. 그런데 문 정권에 우호적이던 이들이 청와대를 규탄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가 영장 집행을 거부한 다음 날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압수물에 대한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는 조롱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판사는 “청와대를 압수 수색하는데 영장전담 법관이 기초적인 대상 특정도 안 하다니. 구차한 주장. 대단히 웃긴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판사는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 지금 검사들은 수사 절차 적정성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검찰로부터 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압수물 목록’은 법원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위법적’인 것이라고 한 데에도 성토의 글이 이어졌다. 어떤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불특정이라고 거부, (검찰이 추후) 상세 특정하니까 법원이 한 게 아니라고 거부. 말은 화려하지만 본질은 그냥 영장 거부”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에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고 발언한 것에도 법리적인 비판이 제기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청와대라 해도 중대한 국익(國益)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승낙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6년 10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의 압수수색을 전개한 바 있다. 한 판사는 “지금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나”고 했다.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은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의 진위를 가릴 입장에 있다. 결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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