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매매허가제 도입하자는 주장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도입하지 않았던 '매매허가제'...文 정부 들어 도입되나?
김상조 "절대 부동산 대책을 다 소진한 것 아냐"...추가 규제 강력 시사
논란일자 반나절만에 靑 "검토한 적 없다" 발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모든 부동산 매매에 대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정부가 시장 거래에 대해 모두 통제하겠다는, 노골적으로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강 수석은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런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9억원 이상, 15억원 이상 등 두 단계로 제한을 둔 대출 기준을 더 낮추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공시가가 올라가면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 전세가 상승 관련 대책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문재인 정부 이전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하지 않았던 정책이다. 2003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정부가 모든 거래를 감시 감독하려 한다'는 비판 등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반발에 '신고제'로 변경한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부동산 매매 허가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한 발언이다.

강 수석이 이날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언급한 이유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대책이 다 갖춰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등 추가적인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 시행을 시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 피력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청와대 안팎에서 이같은 위헌적 규제까지 언급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부동산 매매허가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수석이 이날 오전 라디오에 나와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지 반나절만에 청와대가 직접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를 통해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 제도와 공급 대책까지 경제학적,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규제책이 나올 것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절대 12월 16일에 부동산 대책을 소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을 이기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실장은 12·16 대책 효과에 대해 "재작년 9·13 조치 때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며 "지난주 주간 동향도 굉장히 안정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만간 일부 구에서는 하락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아파트 가격을 다 안정화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남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에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시 내 여러 가로정비사업이나 중공업 지대 등등의 공급 대책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대상 지역을 핀셋 지정할 때까지 6개월 가까이 걸려 그 기간에 시장 기대를 왜곡하는 여러 '노이즈'가 많았다"며 "그런 요소가 개입하지 않게 전격적으로 대책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것에 대해 김 실장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담아 2.4%라고 말씀드린 것인데, 이것이 결코 허황된 목표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를 두고 "1년 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며 "한국경제가 터널을 지나 회복의 기운을 받는다고 느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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