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온갖 고초 겪었는데 다시 황제 제도로 복귀"
"노예 되기 싫어 일어난 사람들 천안문서 다 죽어"
관영 언론 일제히 개헌안 지지 논평 게재

흰색 망토 입고 빈곤지역 찾은 시진핑(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흰색 망토를 입고 11일(현지시간) 소수민족 이족이 사는 쓰촨성 사오줴현의 가난한 산골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망토는 선물 받은 소수민족의 겨울 전통복식이었지만 과거 혁명열사와 영웅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어서 최근 시 주석의 우상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흰색 망토 입고 빈곤지역 찾은 시진핑(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흰색 망토를 입고 11일(현지시간) 소수민족 이족이 사는 쓰촨성 사오줴현의 가난한 산골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망토는 선물 받은 소수민족의 겨울 전통복식이었지만 과거 혁명열사와 영웅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어서 최근 시 주석의 우상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노린 헌법 개정이 추진되자 중국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가 26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전날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임기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한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행 중국 헌법은 국가주석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개헌이 이뤄지면 3연임과 10년 이상 장기집권이 가능해진다.

중국 내 학자와 평론가들은 장기집권을 꿈꾼 독재자들의 최후를 조명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베이징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를 예로 들어 시 주석을 비판했다.

장리판은 “이론적으로 그(시 주석)는 무가베보다 더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겠지만,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무가베는 37년간 독재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1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저(榮劍則)도 전날 소셜미디어에 청말(清末) 군벌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사진을 올리고 “8천만 명(중국 공산당원) 중에 대장부가 한 명 없고, 14억 국민은 구경꾼 노릇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위안스카이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의 권력을 장악했던 군벌이다. 쑨원(孫文)에게서 공화제 이행을 조건으로 권력을 넘겨받은 그는 1915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 전역의 극심한 반발로 1916년 3월 황제제도를 취소했으며 얼마 후 사망했다.

시사 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독재정권은 예외 없이 붕괴했는데, 이는 충분한 권력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너무 커서 아무도 독재자의 정책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결과, 재앙이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신 집권 추진은 1인 독재를 막기 위한 덩샤오핑(鄧小平)의 민주집중제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극의 시작일 수 있다”며 “공산당 내부와 중국 사회에서 이에 어떻게 반격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온라인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중국인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혁명을 이뤄냈는데, 결국 황제 제도로 복귀한다"면서 "시진핑이 개헌에 성공한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시진핑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하니, 그의 중국몽(中國夢)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國歌) 가사에 대한 조소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의 첫 소설인 ‘일어나라, 노예되기 싫은 사람들아(起来,不愿做奴隸的人们)‘를 두고 네티즌들은 “그때 일어난 사람들은 천안문(1989년 천안문 사태)에서 다 죽었다”고 비아냥거렸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보안 병력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보안 병력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중국 당국은 이런 비판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통제에 들어갔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국가주석 임기’, ‘임기’ 등의 키워드 검색이 차단됐다. 또 개헌 관련 링크가 달린 게시물의 댓글 창이 폐쇄되기도 했다.

중국 대학가에는 이번 개정안의 국가주석 임기 조항 삭제와 관련한 전문가 인터뷰를 금지한다는 ‘함구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학교 차원에서 국가주석 임기와 관련한 코멘트를 금지한다는 구두 통지가 있었다”며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관영 기관지들은 일제히 이번 개헌에 대한 찬성 사설을 게재하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당 중앙위의 개헌 건의를 지지한다. 개헌은 이성적이고, 신앙적인 것’이란 사평(社評)을 26일 게재해 개헌안 지지를 표명했다.

신문은 ‘2연임 상 제한’ 조항 삭제된 데 대해 “국가주석의 직권 범위는 건국 래 여러 차례 변화해 왔다”면서 “최근 20여 년간 형성된 당 총서기,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 주석 ‘삼위일체’ 지도 체계는 완벽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에서 국가주석 연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삼위일체’ 지도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당과 국가의 지도 체계를 한 단계 더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 1면 논평에서 “당의 영도 아래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성공적인 경험을 드러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과 이론, 제도, 문화의 발전 성과를 충분히 구현해 냈다”고 주장하며 “헌법 개정에는 당의 영도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적인 절차와 법에 따라, 엄격히 절차에 따라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개헌을 지지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헌법은 국정 상황과 현실 등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면서 시대발전의 요구에 부합하는 헌법은 반드시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하고,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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