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페르시아의 봄은 역사의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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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1.15 10:34:57
  • 최종수정 2020.01.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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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후 최대 위기 맞은 이란 神政 체제...금욕·순교 강조하는 이란 지도부의 위선, 다 알고 있어
古代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 왕의 자유와 관용의 정신 기리는 이란인 많아...現 이슬람 신정체제보다 우월한 정신문화라는 인식
“천부인권과 자유, 해방의 상징인 키루스 대제의 정신이 황량한 페르시아에 다시 봄을 가져오기를 기원해 본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에 죽음!”, “피의 복수를 하자!“는 살벌한 구호가 울려 퍼졌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식은 연출된 한편의 영화였다고 파리정치대학의 이란전문가 마흐나즈 시랄리(Mahnaz Shirali)박사가 13일 프랑스국제방송(RFI)에서 밝혔다. 이란 당국이 성대한 장례식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식료품을 적재한 트럭으로 10만 명의 군중을 유인했으며 이는 국민의 75%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조직 역시 강제 동원됐다.

하지만 이란군의 방공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민항기를 오인 격추해 17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학생 시민들의 불만이 솔레이마니 추모와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폭발했다. “하메네이 정권은 이란의 수치”라며 퇴진하라는 구호가 수도 테헤란의 대학가에서 울려 퍼진 뒤 소요사태는 시라즈, 이스파한, 하메단 등 전국 18개 도시로 확산됐다. 지난해 11월 유가 앙등으로 인한 소요사태 당시 시민 1500명을 사살한데 대한 항의까지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이란 신정체제가 1979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메네이 정권에 대한 이란인들의 항의는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해외 이란인 커뮤니티는 주로 이란 혁명 이후 망명한 주민들이 많은데 이들은 급진 이슬람 독재정권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아직도 이들은 팔레비 시절 준(準) 국가(國歌)에 해당하는 ‘에이 이란’(Ei Iran)을 애창하며 이슬람보다는 서구적인 생활양식을 향유하고 있다. 11일 미국 LA의 이란인 커뮤니티는 총회를 열고 자유를 희구하는 학생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솔레이마니의 참수를 축하하는 가두시위도 벌어졌다.

극단 시아파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이란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의 반감은 기본적으로 옛 페르시아의 정신문화가 지금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 기인한다. 원래 페르시아의 종교는 이슬람이 아닌 조로아스터교다. 또 이란인들은 기원전 600년 전 아케메네스 제국의 위대한 왕 키루스 2세를 숭상한다. 흔히 성경에서 고레스 왕이라 소개되는 이가 바로 키루스 2세다. 키루스 2세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있던 유대인을 해방시켜 준 위대한 왕으로 자유와 관용, 인권의 상징이다. 그의 칙령이 새겨져 있는 키루스 실린더는 세계최초의 인권헌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국제인권헌장과 미국 헌법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키루스 2세의 무덤은 시라즈 근처 파사르가드에 지금도 남아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사적이다. 이란 혁명 이전 팔레비 시절에는 매년 10월이 되면 고대도시 페르세폴리스와 그의 무덤이 있는 파사르가드에서 성대한 행사가 치러졌고 지금도 이란인들은 매년 10월 28일을 ‘키루스의 날’로 정하고 파라르가드를 참배한다. 이란 하메네이 정권은 이슬람과 관계가 없는 자유정신의 상징 키루스를 극도로 경계한다. 2017년부터는 키루스의 날에 참여하는 움직임을 반정부행위로 간주하고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파사르가드에 모인 군중들이 “팔레비 만세”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현 시아파 정권을 성토하는 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 2018년 이 행사를 주최하는 이란의 인권단체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해외의 이란인들은 시차를 고려해 매년 10월 29일을 ‘국제 키루스의 날’로 기리고 있다. 페르시아의 전통을 간직하고 싶은 이란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조로아스터교 신자들도 ‘국제 키루스의 날’에 종교의식을 거행한다.

이란이 반정부정서가 두려운 나머지 중국처럼 인터넷을 차단했어도 현대 사회에서 비밀은 없다.

서구의 생활양식을 악으로 간주하고 금욕과 순교를 강조하는 이란 지도부가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웬만큼 알려져 있다. 중국의 대(對) 이란 원유밀거래 창구인 ‘쿤룬은행’의 자산을 주무르고 있는 솔레이마니의 가족들은 홍콩에 호화 아파트 2채를 포함해 베이징 상하이 등에도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아파트는 리펄스베이가 내려다보이는 사우스베이(南灣) 압레이차우에 있는 ‘라르보토’(Larvotto)라는 호화 레지던스다.

또 이란의 지도층 가족들의 호화로운 일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란의 부유층 가족들은 ‘테헤란의 비벌리 힐즈’라 불리는 ‘라바산’(Lavasan)이란 곳에 거주한다. 테헤란 외곽의 산기슭에 위치한 라바산의 호화주택에서는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분방하게 어울리는 풀사이드 파티가 자주 열린다. 주택마다 수 십대의 호화차량이 즐비한데 이들은 무리를 지어 포르쉐, 마이바흐, 벤틀리로 드라이브도 즐긴다. 휴가철이 되면 라바 부호(富豪)의 자녀들은 교통정체가 심한 테헤란을 벗어나 그들만의 리조트가 있는 키시 섬으로 가거나 아니면 자가용 여객기편으로 아예 해외여행을 떠난다. 한때 ‘리치 키즈 오프 테헤란’(Rich Kids of Teheran)이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들의 호화로운 일상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2017년 하메네이는 이 같은 사진을 노출시켜 일반인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순교하면 도달할 수 있다는 천국과는 거리가 먼 현실의 디스토피아(Dystopia)에서 이란인들이 오직 원하는 것은 자유뿐이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자유를 억압하는 이란 신정체제는 결국 붕괴될 것이다. 이란의 대학생들은 “하메네이 정권은 우리를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는 뭉쳤다. 대포도 탱크도 최루탄도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까지 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같은 대응방식을 이란에도 적용하고 있다. 홍콩의 반공 자유화 시위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미국은 천안문 사태의 재현을 경고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하메네이 정부에 “자국민을 살해하지 말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페르시아어로 발표했다.

천부인권과 자유, 해방의 상징인 키루스 대제의 정신이 황량한 페르시아에 다시 봄을 가져오기를 기원해 본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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