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소재 美 인도·태평양 사령부 방문중인 고노 다로 日 방위상, ‘이지스 어쇼어’ 시설 시찰
고노 방위상, “국토 방위에 있어 일본 전체 커버 가능한 미사일 방어 능력 조기 배치 필요하다” 발언
고노 방위상, “미일동맹은 국제적인 공공재”...中 해양 진출 염두에 두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 美·日 의견 일치
文, ‘한일중 정상회의’에 이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적극 협력” 운운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사진=연합뉴스)

하와이에 소재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중인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防衛相)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지하기 위해 미일 양국이 연대해 대처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고노 방위상은 지상(地上)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시설을 시찰하고 ‘이지스 어쇼어’의 조기 도입 의향을 밝혔다.

미국을 방문중인 고노 타로 일본 방위상은 13일 미국 하와이주(州) 오아후 섬에 위치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만나 회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고노 방위상은 “동북아시아의 안전 보장 환경은 엄중하다”며 “오늘은 많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운을 뗐다.

고노 방위상은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미군의 전개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양국이 연대 아래 대처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고노 방위상과 데이비슨 사령관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봤다.

하와이에 위치한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주일미군은 물론 주한미군도 그 관할 아래에 두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사일 방위에 관련한 중요한 임무도 맡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 해역에서 군사거점을 확보하며 태평양 진출을 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고자 태평양과 인도양 등지에서 공동 훈련을 열고 억지력(抑止力)을 강화하고 있다.

회담에 앞서 고노 방위상은 기자단을 만나 “동북아시아의 불확실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며 “미일동맹은 일본 안전보장의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태평양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미일동맹은 국제적인 공공재(公共財)라 할 만한 것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상 설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의 모습.(사진=록히드마틴)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 하기 전인 13일 오전, 고노 방위상은 카우아이 섬에 위치한 미국의 지상 설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시설을 시찰했다. 현재 일본은 ‘이지스 어쇼어’ 2기(基)를 들여올 계획이지만, 이 자리에서 고노 방위상은 ‘이지스 어쇼어’가 미사일 방위에 있어 불가결한 것이라며 해당 설비의 조기 배치 의향을 드러냈다.

고노 방위상은 ‘이지스 어쇼어’의 미사일 요격 성능과 탑재 레이더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군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지난 2017년 아베 정권은 각의(閣議)를 거쳐 오는 2023년도 운용을 목표로 일본 육상자위대 아라야훈련장(아키타)와 무쓰미연습장(야마구치)에 ‘이지스 어쇼어’를 각각 배치하기로 했다. 일본은 현재 해산자위대가 운용중인 이지스함 요격 미사일 ‘SM3’와 항공자위대가 운용중인 ‘패트리어트미사일’(PAC3)로 북한 등에 의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육상자위대가 ‘이지스 어쇼어’를 실전 배치하게 되면, 일본은 육·해·공에 의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완비하게 된다.

시찰을 마친 고노 방위상은 기자단에 “북한은 일본을 사정거리 내에 두는 미사일을 매우 많이 실전 배치하고 있다”며 “국토를 확실히 지켜내기 위해서 일본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이지스 어쇼어’와 같은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가능한 빨리 배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란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맺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 2대와 호위함 1대를 이란 인근 해역인 아덴만에 파견해 중동 지역의 정세 조사 활동에 나섰다. 초계기 2대는 지난 11일 일본을 출발했으며 오는 20일부터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호위함은 오는 2월2일 일본을 출항한다. 이같은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들은 미국은 일본을 ‘대(對) 이란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의 P3C 초계기 2대가 아덴만(灣) 인근 해역에서 중동 정세 수집 활동 위해 지난 11일 오키나와 기지를 출발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맹방’(盟邦)으로서 ‘동맹의 이익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혈맹’(血盟)임을 강조하는 한국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 나라와의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아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측은 6일 회의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나는 지금까지도 파병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으며, 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확인됐다.

‘중국몽’(中國夢)과 함께 중국 중심의 세계패권 전략인 ‘일대일로’는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으로, 지난 2013년 처음 등장해 2017년 중국공산당 당규약에 포함되는 등, 중국이 추진하는 국가 정책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으로 미국·일본 등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설립하고 개발도상국 융자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AIIB에 참가했지만 일본은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친중국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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