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 축소...끝없는 북한 눈치보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돼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반발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제네바 주재 일본대사는 이날 강 장관의 기조연설 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문제는) 한일합의로 해결이 끝난 문제”라며 “(강 장관의 발언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하라 대사는 “한일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한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나와서는 안된다”며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정부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이하라 대사가 기자회견 후 최경림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전했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돼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80~90세 할머니인 위안부 피해자·생존자들은 지금도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진실과 정의의 원칙, 피해자 중심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을 지원할 것이며 동시에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무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리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강 장관은 북한인권에 대해 연설 말미에 “평창의 정신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한 인권 문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인권보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인권기구 결의와 권고에 담긴 의무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언급하는 데 그쳐 비판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은 ‘북한에서 끔찍한 인권 침해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사실상 나라 전체가 철저한 감시하에 있는 거대한 수용소’라고 발언했다”며 “북한인권 참상에 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발언 수위와 분량을 작년에 비해 크게 줄였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국제사회에 표하는 자리인데 최근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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