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13일 성명 발표...“독립된 삶을 보내겠다는 해리 왕자의 희망을 이해하며 존중하한다”
왕위 계승서열 6위의 해리 왕자, 어머니 다이애나妃 전례 보며 아내 걱정...캐나다 이주해 경제적 독립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왕자의 캐나다 이주와 관련해 협의된 바 없다” 입장 표명

서식스공작 해리 영국 왕자와 메건 공작부인.(사진=연합뉴스)

영국 왕위 계승서열 6위인 서식스공작(公爵) 해리 왕자와 메건 공작부인 부부가 주요 공무로부터 물러난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13일(영국 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해리 왕자가 왕실의 주요 일원으로 머물면서 보다 독립된 삶을 보내겠다는 희망을 이해하며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는 그의 부인(夫人) 메건이 거주한 바 있는 캐나다로 이주해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3일 성명 모두(冒頭)에서 “오늘 우리 가족은 손자와 그 가족의 장래에 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우리 가족은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가겠다는 해리 왕자 부부의 희망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식스공작’이라는 공식 직함 대신 ‘손자’, ‘해리 왕자’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서 여왕은 “우리는 두 사람에게 왕실의 일원으로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공무에 임해주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은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며, 더욱 독립된 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해리와 메건은 공적 자금에 기대면서 생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그간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아버지 웨일스공작 찰스 왕세자가 콘월공령(公領)으로부터 얻는 수입을 나누어 받아왔다. 해리 왕자가 경제적 독립을 인정받게 된다면 왕실 내의 자금 배분 방식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 혈세로 해리 왕자 부부의 경호 비용을 충당해 왔기 때문에, 해리 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관심 또한 높다.

성명 발표에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긴급히 소집한 가족 회의에는 웨일스공작 찰스 왕세자, 켐브리지공작 윌리엄왕자 등 왕실의 주요 성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 영국 왕세자의 부인이었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생전 모습.(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해리 왕자의 이같은 결정은 오랜 고심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리 왕자는 어려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잃는 경험을 통해 언론에 대한 경계심을 품어왔다. 찰스 왕세자의 부인이었던 고(故) 다이애나 스펜서는 지난 1997년 파파라치들을 피해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자신의 아내 메건 공작부인이 어머니의 전철을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호소했으며, 몇 달 전부터는 왕족으로서의 생활을 하는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고 한다.

한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해리 왕자의 캐나다 이주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no discussion)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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