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지난 국정감사 때 병원의 예산누수 등 폭로해 윗선과 갈등 겪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원 60여명 증원하기 위해 22억원 받았지만 30여명 채용했다는 설명
병원 측이 병상 추가 제공하지 않아 외상센터에서 많은 환자 받을 수 없었다는 주장도
병원 측의 닥터헬기 도입 반대 역시 갈등의 원인

이국종 교수./연합뉴스
이국종 교수./연합뉴스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권역 외상센터장)가 아주대병원 윗선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상센터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교수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 교수를 향해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1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유 원장은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라고 몰아붙인다.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말끝을 흐린다.

대화가 이뤄진 시점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외상센터와 다른 과와의 협진 문제를 놓고 유 원장과 이 교수가 나눈 대화의 일부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교수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병원 측이 국비로 받은 권역 외상센터 운영 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는 등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을 계기로 갈등이 촉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달 해군 훈련을 위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들에게 “보건복지부하고 경기도에서 국정감사까지 하고 그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최고 단계까지 보고한 거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2018년 국정감사 이후 정부는 아주대병원 측에 의료원 67명을 증원하기 위한 22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병원 측은 36명을 채용했을 뿐 나머지는 기존 간호사들의 월급을 대체하는 데 쓰였다”고 했다. 이를 놓고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현장 점검을 받았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어 본원이 지난해 9월 병상 제공을 중단한 점도 언급했다. 환자가 많이 몰릴 경우 본원이 병상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본원의 거부로 병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덧붙여, 얼마 전 도입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 헬기) 운영도 병원 측이 반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이 교수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한국을 떠나 해군 훈련에 참여한 상태다. 출국하기 전 이 교수는 MBC를 통해 “병원에서는 저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고 하더라. 제가 틀렸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국은 원래 그렇게 하는 나라가 아닌데”라며 한국을 떠나버릴 생각까지 했음을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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