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검찰인사 "잘못했음" 47.0% vs "잘했음" 43.5% 결과를 '잘했음 47.0%'로 잘못 공표
親與방송 의뢰 일색 여론조사 치곤 이례적 결과...하필 발송-공표자료 오기, 언론 誤報 유발도
통상적 검찰 인사 아닌데...일반시민에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양론 제공 없이 설문도 이례적
같은날 실시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설문은 "신중히 대처" 정부입장 전제 깔아 대조돼
검찰인사 "매우 잘못했음" 적극 반대 답변만 40%, '요지부동' 文지지율 발표 추이와도 달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3일 더불어민주당 직전 대표 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손발 자르기' 검찰 간부 유배 인사 관련, "잘못했다"는 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보다 많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친여(親與) 방송매체들의 의뢰로 반복돼 온 현안조사 치고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502명이 응답 완료(1만1329명에게 통화 시도, 응답률 4.4%, 무선 80 : 유선 20)한 '1·8 검찰인사에 대한 국민여론' 설문 결과 반대응답(잘못했음)이 47.0%로 찬성응답(잘했음) 43.5%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 ±4.4%포인트) 내에서 앞선다고 이날 발표했다.

반대응답 47%도 '매우 잘못했음' 40.0% 응답과 '잘못한 편' 7.0%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응답한 국민들의 반대 사유는 뚜렷하다. 찬성응답의 경우 '매우 잘했음' 29.9%, '잘한 편' 13.6%으로 상대적으로 확신도가 낮았다.(보다 자세한 개요 및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현안조사 공표자료 캡처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기에 앞서 리얼미터는 현안조사를 통해 '선생님께서는 이틀 전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설문했다. 선택지로는 1~4번 순·역순 배열로 '01. 매우 잘했다' '02. 잘한 편이다' '03. 잘못한 편이다' '04. 매우 잘못했다' '05. 잘 모르겠다'를 설정해 뒀다.

내용적으로 법무부와 여권에선 살아있는 권력 수사 죽이기로 드러난 기만적 '검찰개혁' 구호를 재차 앞세웠고, 야당에서는 '1월8일 수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까지 반발하며 맞부딪힌 사안이었지만 시점 외엔 아무런 부연설명을 하지 않은 채 설문이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논쟁적 사안의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양론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이뤄짐으로써, 외형적으로는 통상적인 검찰의 고위직 인사까지 시시콜콜하게 국민에게 가부(可否)를 물은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현안조사 공표자료 캡처

특히 리얼미터는 검찰 고위직 인사 설문과 같은날(10일) tbs의뢰로 실시했던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국민여론' 현안조사에서는 "중동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공식화하고 있습니 다. 정부는 신중히 대처한다는 입장인데요. 선생님께서는 우리 군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설문한 것으로 공표자료에 나타나 있다.

미국과 대립하고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은 물론 북한 정권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극히 말을 아끼고 있는 정부 입장만 '신중히 대처한다'는 어휘로 포장해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건너뛰고 추미애 장관이 '총장이 거역했다'고까지 운운한 검찰 고위직 인사 평가 여론조사에서만 무(無)전제로 설문한 것이 한층 대조된다.

1월13일 리얼미터 홈페이지에는 1.8 검찰 인사 관련 국민여론 현안조사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를 뒤바꾼 수치를 토대로 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게재된 뒤 수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일부 캡처, 수정)
1월13일 리얼미터 홈페이지에는 1.8 검찰 인사 관련 국민여론 현안조사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를 뒤바꾼 수치를 토대로 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게재된 뒤 수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일부 캡처, 수정)

게다가 이같은 결과는 리얼미터가 한차례 오보(誤報)를 했다가 정정된 것이기도 하다. 이 업체는 언론에 최초 발송된 공표자료에 검찰 고위직 인사 긍정평가를 47.0%로, 부정평가를 43.5%로 적시해 당일 오전부터 정권에 유리한 결과부터 타전한 격이 됐다. 그 뒤에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바뀌었다며 정정된 공표자료를 다시 보냈다.

리얼미터의 공표 혼선 때문에 정오를 넘는 시점까지 검찰 인사 긍정평가가 앞선다는 잘못된 자료를 인용한 오보가 잇따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업체는 오전 9시30분쯤 홈페이지에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찬반 응답 수치를 뒤바꾼 채 '1·8 검찰 인사, 긍정평가 47.0% vs 부정평가 43.5%'라는 제목의 공표자료를 올렸고,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도 정정하지 않고 있다.

1월1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1월2주차 국정지지율은 '요지부동'이어서, '적극 반대 국민 다수'의 검찰 고위직 인사 평가 추이와 크게 대조된다.(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일부 캡처, 수정)

한편 같은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검찰 대학살 인사권자' 문재인 대통령의 1월2주차 국정지지율은 '요지부동'이어서, 반대 국민 다수의 검찰 고위직 인사 평가 추이와 크게 대조된다.

문 대통령의 '북한 바라기' 논란 신년사,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를 넘은 대남 비방,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농단 등 권력비리 의혹 수사, 여권 관심법안 강행처리 등 논란의 연속에도 리얼미터는 3주째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6~10일 YTN 의뢰로 닷새간 실시, 최종 2509명(5만3571명에게 통화 시도, 응답률 4.7%)이 응답 완료한 국정지지율 조사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지난 1월1주차대비 0.2%p 낮은 48.8%(매우 잘함 28.2%, 잘하는 편 20.6%)로 나타났고 부정평가(부정률)은 0.3%p 오른 46.5%(매우 잘못함 33.4%, 잘못하는 편 13.1%)를 기록했다고 리얼미터는 밝혔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 ±2.0%p) 내에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2.3%p 높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적극지지층(매우 잘함 28.2%)과 적극부정층(매우 잘못함 33.4%)의 격차는 윤석열 검찰총장 주도의 정권 핵심부 비리 수사에 대한 반대-찬성 유권자 성향도 볼 수 있는 1.8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적극찬성(매우 잘했음 29.9%) 적극반대(매우 잘못했음 40.0%) 분포 추이와도 거리가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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