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큰 제안'이 오는가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을 것"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 북한 떠보려고 한 수에 넘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했을 것"

북한이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을 통해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자중하는 게 좋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가운데,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은으로서는 자기의 생일을 이용해 미국이든 한국이든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해) 화를 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 고문이 담화에서 사용한 표현들을 언급하며 "정상 외교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표현들"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김계관은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청와대가 전격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미국의 축하 메시지를 미북 정상 간 채널을 통해 받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마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처럼 발표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친서가 오면 외무성이 이를 김정은에게 즉시 보고 했을 것이고 김정은도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감짝 회동했는데, 그때 나온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북한에 통지하니 북한 통일전선부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핵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제안이 왔을 것으로 판단하고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달 받겠다고 보고하여 승인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큰 제안'이 오는가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을 것인데 막상 통전부에서 보고 올라 온 내용 보니 외무성이 이미 보고한 생일축하 메시지였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는 미 대통령의 긴급 메시지가 있다고 하여 성급히 받아놓고 보니 이미 전달 받은 것"이라며 "다시 뒤돌아보니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갈망하고 있는지 아닌지 속내를 은근 슬쩍 떠보려고 한 수에 넘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그는 "(김 위원장은) 외무성(에게) 이번 기회에 미국을 향해 입장을 똑똑히 밝혀 그런 식으로 놀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으라고 했을 것"이라며 "한국 측을 향해서도 사람 깜짝 깜짝 놀라게 하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엄포 좀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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