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라디오 인터뷰서 '전남 순천 지역구 내놓고 서울 무소속 출마' 재확인...신당 창당은 안할 듯
서울 출마 염두 지역구는 안밝혀..."이 정부 심판에 가장 상징적 인물과 지역으로 마음에 둔 곳 있다"
인터뷰 중 한국당-새보수당 통합논의 합류 여부에는 선긋고, 기득권 정치로 싸잡아 비판
스스로도 "이미 상한 국의 상한 건더기" 비유하며, 자신이 합류하면 '새 정치세력' 못 된다고 밝혀
"기존 중도개혁은 대권 노린 말장난"...강조해 온 '새 정치세력'은 정치권의 '세대교체' 뜻하는 듯
이정현, 황교안에는 "이낙연 총리직 내려놓으면 거품 빠져...종로 나간다고 불리하단 법 있나?" 충고

첫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2017년 1월 탈당한 이정현 무소속 의원(전남 순천·3선)이 4.15 총선에서 서울 지역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의 범보수우파 정치지형을 두고 "국그릇 안에 국이 상했다고 한다면 국물만 상한 게 아니라 건더기도 상한다. 저도 상한 건더기"라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과, 탄핵 찬성파 중에서도 유승민계 의원 8명이 세운 새로운보수당 등이 논의 중인 범(汎)우파대통합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은 셈이다.

당초 공언했던 신당 창당도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36년 정치를 했고, 3선 국회의원이고, 당대표를 하다 중간에 물러난 사람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된다고 한다면, 제가 거기 들어가면 그곳이 새로운 정치 세력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계개편이 일어나도 자신과 같은 중진 급이 합류한다면 새 정치세력이라고 표방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언급된 '새 정치세력'의 실질적 의미는 흔히 정치권에서 쓰이는 '세대 교체'와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19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에게 "발언대로 나오셔서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19일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에게 "발언대로 나오셔서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다만 '아예 불출마를 선언하시지 그러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저는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반드시 선거로 정치하는 것"이라며 "저는 서울에서 출마를 하되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가장 어려운 여건과 요건 하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유권자와 대화하고 유권자에게 묻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지금 상대방들이 세팅이 안 됐기 때문에 제가 어디로 간다고는 못 하겠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분명히 두고 있는 곳이 있다. 가장 사람들이 봤을 때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곳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 정부를 심판하는(데 있어) 가장 상징적인 인물, 가장 상징적인 지역, 그쪽을 선택해 나가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번 입장을 얘기하고 심판받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무소속 출마 방침을 확인하기에 앞서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기득권 정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거명하며 "전략과 전술을 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 종로구 지역구 예상 상대가) 이낙연 국무총리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라며 "(원래) 총리로 계실 적에는 당연히 언론에 많이 나오니까 지지율이 높게 온다. 만약에 총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또 이제 언론에서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히 거품이 빠지게 돼 있다. '그분(이낙연 총리)이 강한 상대다 아니다'를 뭘로 판단합니까? 그리고 그분이 종로로 나간다고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게 어디 있습니까?"라고 우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에서 누구 내보낼 결정도 안 했으면서,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 '어디 누가 나가면 무조건 되고 안 되고' 이렇게 판단을 하는 것이 바로 지금 기득권 정치들"이라며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바꿔야 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데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험지 얘기 나올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감히 험지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 그 지역의 유권자들은 도대체 뭐가 됩니까?"라면서 "사실 험지라고 하려면 적어도 대단히 죄송하지만 (전남 순천에 출마해온) 이정현이 정도는 돼야 험지라는 말을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1995년도부터 여론조사만 하면 당선 가능성 제로였다"며 "(험지 출마 띄우기 등) 이런 자세는 정치인 여야를 막론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당 텃밭인 대구 또는 고향인 경남 창녕 출마를 타진해 논쟁 중인 것에도 "큰 정치인들께서 이런 논쟁을 하고 계시다는 게 참 우습다. 진짜 정치 바꿔야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새보수당 측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쭉 '정치 개혁, 정치 개혁' 하는 걸 많이 봐왔는데 정치 개혁이 안 된다. '중도, 개혁이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러한 것이 한번도 성공한 것을 제가 보지를 못했다"며 "전부 개혁한다고 만든 당이 실은 솔직히 표현하자면 '내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데 내 중심으로 뭉치자'이다. 기껏 중도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기득권 정치를 조금 변형시켜가지고 계속 유지시키면서 그 유지를 통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큰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그래 갖고는 개혁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고 그야말로 말장난이고,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했듯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 누구란 사람이 '바로 내가 메시아다. 내가 DJ고 내가 YS다'라는 걸 사실상 내포하고 있고 또 그러한 부분들을 숨기고 있다 보니까 합쳐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합쳐져도 또 금방 자기가 밀릴 것 같으면 뛰쳐나가고 또 뛰쳐나가고 이런 식의 정치를 선배들부터 오랫동안 해 왔고 지금 그것이 꽃이 피어서 너나 나나 없이 지지율 2%, 3%만 나와도 전부 대권 주자로 나서려고 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비판의 대상이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인지에 대해선 특별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에 요구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 등 3개 조건 동의 여부를 묻는 진행자에게는 "그분도 나름대로 훌륭한 분이시고 정치를 오래하신 분"이라면서도 "저는 그분의 생각과 같이할 생각도 없고, 또 깊이 따져 볼 생각도 없다. 그분은 그분 나름대로 정치를 하시면 되는 거고 또 그분 말에 대해서 하나하나 내가 '콩이야 팥이야' 하고 언급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선긋기를 거듭했다.

'새보수당과 같이 못 가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까처럼 기득권 세력들끼리 그렇게 하라고 하시라.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라며 "두 가지 조건, 세 가지 조건 하면서 이 당 옮겨 다니고. 저 당 옮겨 다니고 이렇게 깨고 저렇게 깨고 가는 데마다 쫓아다니면서 당 깨고 다니면서, 또 뭔 말은 잘해가지고 이런 말, 저런 말 조건들은 몽땅 내걸고 이런 사람들 말에 언제 귀 기울이고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이 새누리당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고, 탈당한 뒤 바른정당 창당, 국민의당과의 바른미래당 통합 창당, 이후 새로운보수당 창당으로 독자 행보를 이어온 것까지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그렇게 하든 말든 놔둬버리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가지고, 그분들(새로운 세대)이 정말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가지고, 대한민국 미래를 얘기할 수 있도록 이번 정치 한번 바꿔야 되지 않겠나. 지금이 딱 판갈이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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