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란 현지시간) 700~1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테헤란 시내 大學에서 反정부 시위
“거짓말을 한 독재자를 죽여야 한다”...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규탄 구호 등장
트럼프 美 대통령,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이란 反정부 시위대 공개 지지
미국·이란 갈등 국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드나?

지난 8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의 잔해.(사진=로이터)
지난 8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의 잔해.(사진=로이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란 시민들이 ‘반(反) 정부-트럼프 지지 시위’에 나섰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사실을 이란 정부가 뒤늦게 시인하자, 이들 ‘반 정부 시위대’ 수백명은 11일(이란 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선 것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 ‘반 정부 시위대’는 테헤란 시내에 위치한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집결해 이란 군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뒤늦게 시인한 데 대해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거짓말을 한 독재자를 죽여야 한다”며 이란 정부의 대처 방식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외쳤다고 한다. 미국 언론인 CNBC에 따르면 700명에서 1000명에 달하는 이란 시민이 해당 집회에 참여했다.

이란 현지시간으로 11일 700명에서 1000명에 달하는 이란 시민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뒤늦은 시인을 한 이란 정부 당국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영국 BBC 보도 영상 캡처)
이란 현지시간으로 11일 700명에서 1000명에 달하는 이란 시민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뒤늦은 시인을 한 이란 정부 당국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영국 BBC 보도 영상 캡처)

이란에서 이같은 ‘반 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 시위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들에게 고(告)한다”며 “나는 내 임기가 시작된 이래 당신들과 함께 서 있어 왔고, 내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고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며 이란 정부를 향해서는 “인권 단체들이 이란 국민의 시위에 대해 현장에서 감시하고 보도하는 것을 혀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그는 “평화로운 시위자들에 대한 또 하나의 대학살이나 인터넷 폐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덧붙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반 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트위터 통해 전했다.(이미지=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반 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트위터 통해 전했다.(이미지=트위터 캡처)

지난 8일 새벽(이란 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객기는 이륙 직후 추락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여객기의 탑승자 176명이 전원 사망했다. 여객기 추락과 관련해 이란 정부 당국은 ‘기계적인 결함’을 거론하며 이보다 조금 이른 시간 이란이 이라크 소재 미군 기지에 대해 미사일로 공격한 것과 해당 여객기의 추락은 서로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 이란 당국이 해당 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유력 주간지인 뉴스위크는 9일(미국 현지시간) 해당 여객기가 이란군(軍)이 운용하고 있는 러시아제(製) 지대공미사일(Surface-to-Air Missile, SAM) ‘토르(Tor) M-1’에 격추됐다는 증거가 현지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군부가 의도하지 않게 해당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11일(이란 현지시간) 시인했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성명을 통해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됐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항공기 추락 피해국인 캐나다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반 정부 시위’ 소식이 전 세계로 퍼지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 국면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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