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檢, 법원 판단 무관하게 임의 작성한 목록으로 압수수색 집행”
검찰 “법원이 특정한 목록으로 적법 절차 밟아 압색 집행 착수한 것”
검찰, 靑 비판에 “동일한 방식으로 朴 정권 때는 집행했다” 언급도
균형발전관비서관실, 靑의 울산선거 개입 진위 밝힐 유력장소로 檢 영장 재집행할 전망

지난 10일 검찰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 연풍문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가 12일 검찰의 이틀 전 청와대 자치비서관실(옛 균형발전관실) 압수수색 시도와 관련해 거듭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검찰의 수사 방식을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적의(敵意)를 드러낸 바 있다. 균형발전비서관실은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어 검찰은 이르면 13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고, 수 시간이 지난 뒤 상세목록을 제시했다”며 “이 목록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과 무관하게 임의로 작성된 목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검찰로부터 명확히 확인받았다”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판단하는데, '상세목록이 법원 판단을 받은 것이냐‘는 우리 질문에 검찰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 판단과 관련없이 임의 작성한 상세목록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로 판단한다. 이런 위법한 수사에 저희가 협조할 수 없었다”며 “검찰은 향후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주길 요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는 이날 오전 청와대 연풍문 2층 균형발전비서관실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장환석(59)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등이 2017년 10월 송철호 울산시장 측과 교감하며 선거 공약 등을 논의한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오후 6시 20분쯤 집행을 중단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경내에 진입하지 못한 채 ‘임의제출’ 형식으로 청와대 측의 협조를 기다리다 철수했다.

청와대는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집행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민정 대변인은 그날 오후 입장문을 내며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온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물에 대한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자치비서관실(균형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이 기재돼 있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영장과 함께 상세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당시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이라는 얘기였다. 검찰은 동일한 내용의 영장으로 지난 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개한 바 있다.

이와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전체를 모두가 다 볼 수 있다면 명확해지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몇 개만 말씀드린다”며 “'본건 범죄혐의와 관련한 범행계획 공모 경과가 기재된 문건'이라고 압수문건 항목에 기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지난달 초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들어왔을 당시에도 임의자료 제출로 협조한 바 있다”면서 “통상 이런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에는 예컨대 한 명일 경우엔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범위가 그래도 나오지만 이번에 검찰에서 제시한 영장에는 피해자가 18명으로 적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명 중 '누구에 대해', '어떤 사건에 대해'라는 것을 특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모든 자료를 달라는 것인가"라며 "그래서 협조하려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면 다시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했는데,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수사가 위법하다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특정해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청와대 반응에 검찰은 즉시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 비서실에 대해 집행 착수한 압수 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혐의 사실'과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하여 발부했으며, 검찰은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하여 그 집행에 착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측에서는 집행의 승인이나 거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압수 수색 영장에서 예정하고 있는 대상 물건 중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한정하여 이를 기재한 목록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참고로 2016년 10월에도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방법으로 필요한 자료 목록을 제시하여 그 중 일부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정권 시절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당시 검찰은 동일한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 결과 박스 7개 이상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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