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워커힐 호텔에서 김영철 만나
워커힐 앞에서 김영철 찢고 불태우는 시민단체… "북한 돌아갈 때까지 노숙집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김영철.(연합뉴스 제공)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 안에 머물면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을 만나러 호텔을 드나드는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김영철은 27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추가적으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오후 12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워커힐 호텔에서 김영철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함께 했다. 

정부는 이날 회담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밝힌 대화 내용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 발전, 국제 사회와의 협력이 균형 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영철은 정 실장에게 '미국과 대화를 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대화 하겠다는 이야기는 전날 김영철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주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 행사가 열리기 전인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김영철과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이 내걸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인 '핵무기 개발 포기'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 만나 북한 핵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회담 직후 공개하지 않고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밝힌 이유에 대해서는 "비핵화라는 말이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전날 공개한 대화 내용에서는 완곡한 어법으로 표현했던 것 뿐이지 비핵화라는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 전까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이 없는 김영철과 우리 정부는 의미 없는 만남만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이날 워커힐 호텔 앞에서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주적이 우리 땅에 들어왔는데 그 누구도 이를 체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김영철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노숙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은 김영철의 사진을 칼로 찢고 불을 붙이는 등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에 대한 분노를 여실히 드러냈다.

김영철을 잡아야 할 경찰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제하기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 주변에는 수백명의 경찰관들이 배치돼 강도높은 검문 검색을 이어가고 있고 투숙객도 예외는 아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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