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시도 끝에 청와대 거부로 집행 중단
청와대 “검찰의 압수물 범위 특정되지 않았다”며 거부...불쾌감 드러내
형사소송법상 중대한 국익 해치는 것 아니라면 승낙 거부할 수 없어...논란될 전망
검찰 확보하려던 자료, 청와대의 선거 개입 증명하는 결정적 자료 될 수도
압수 대상 균형발전비서관실, 지난 울산선거 당시 송철호 측과 유착한 혐의 받아

검찰,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연합뉴스
검찰,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연합뉴스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실패했다.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다. 균형발전비서관실은 지난해 울산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영인 ‘송철호 캠프’ 측과 유착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는 이날 오전 청와대 연풍문 2층 균형발전비서관실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장환석(59)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등이 2017년 10월 송철호 울산시장 측과 교감하며 선거 공약 등을 논의한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오후 6시 20분쯤 집행을 중단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경내에 진입하지 못한 채 ‘임의제출’ 형식으로 청와대 측의 협조를 기다리다 철수했다.

청와대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비서실에 자료 임의 제출을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영장 집행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한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며 “영장 집행을 거부할 시 승낙 거부 의사를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집행 절차를 중단했고 앞으로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며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온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물에 대한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자치비서관실(균형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이 기재돼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의 제 110조항인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법에 중대한 국익(國益)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승낙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측이 받는 의혹을 소명하려던 검찰의 압수수색이 국익을 손상하는 것인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검찰이 확보하려던 자료가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을 증명하는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는 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균형발전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균형발전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송 시장은 울산선거를 준비하던 2017년 말 고문으로 위촉됐다. 당시 고문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두관 민주당 의원,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여권 인사들이 있었다. 송 시장은 당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울산에 국립병원과 외곽순환도로 등을 설립하는데 고문단의 의견을 모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송 시장이 여권 인사들의 협조를 통해 선거 공약을 수립·이행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청와대가 압수수색 집행 거부를 통해 검찰에 대한 적의(敵意)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해 윤석열 검찰의 지휘부를 전면 교체했다. 현 정권에 대한 수사 동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연이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현 정권의 비리·범죄에 정면으로 맞섰던 윤 총장이 수사를 지휘했기에 향후 수사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