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역 2년 선고 원심 깨고 하급심으로 사건 돌려보내
“검찰 인사권자-실무자 등 고려사항 종합해 인사안 작성할 재량 있다”
‘안태근 사건’, 성추행 피해 주장하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하면서 공개돼
안태근, 성추행 의혹 덮기 위해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서지현 검사(左),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연합뉴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54)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는 서지현 검사(47)를 성추행한 뒤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 2부(노정희 주심)는 9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이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어 “검사 전보인사에서 인사권자의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는 여러 인사기준과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이 사건 인사안은 그러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혐의는 2018년 1월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여기서 서 검사는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한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 검사는 2015년 8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국장의 직위와 권한을 남용해 검사인사담당 검사에게 서 검사의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안 전 검사장 측은 1심과 2심에서 만취한 상태라 성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서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추행 소문이 검찰 내부에 파다해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2010년 12월 진상조사에 나선 뒤 안 전 검사장에게 “술 먹고 사고치지 말라”는 주의를 준 감찰담당관의 진술도 나왔다.

결국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서 검사를 지방으로 보냈을 것이며 인사상 불이익으로 서 검사에게 간접적으로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1심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되는 검사인사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는 데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돼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안 전 검사장은 법정구속됐다.

2심도 “직권남용 범죄의 동기가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줌으로써 자신의 강제추행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이었다는 점, 이러한 범죄는 조직 내 성범죄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려는 행동을 금기시하거나 위축되게 만들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에선 “해당 제도가 다른 인사원칙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어서 인사평정과 근무실적이 나쁘면 거듭 부치지청에 배치될 수 있다”는 안 전 검사장의 주장을 수용했다.

대법원은 “부치지청인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경력검사인 서 검사를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인사안이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제도가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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