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전부터 건강 문제 거론한 정경심, 결국 보석청구서 제출...증거인멸-도주우려 없다고 주장
검찰은 공범으로 간주되는 조국 전 장관 고려해 보석 반대
당초 재판부, 정경심 구속이 조국 전 장관의 구속을 막아주는 계기가 된 점도 문제
‘편파재판’ 논란 송인권 판사, 형사소송법 어기면서까지 정경심 재판 비공개 진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8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정씨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사모펀드 비리 의혹 등의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날 정씨 재판을 전담한 송인권 부장판사는 오는 9일 열리는 정씨의 5차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씨 측 변호인은 이날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보석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고, 도망할 염려도 없으며 주거 역시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건강 문제와 방어권 보장을 호소하며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송 부장판사가 지난해 12월 10일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의 보석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당시 검찰의 증거 기록 복사가 지연되는 점을 거론하며 “렇게 늦어지면 피고인 측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검토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4차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송 부장판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이 언급한 정씨의 건강 상태는 구속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한 병원으로부터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며 관련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진단서에 의료기관의 인이나 발급 의사 성명, 의사면허 번호 등 기본적인 양식조차 갖추지 못한 부실 서류라고 지적했다. 정씨의 서류를 발급해준 것으로 추정되는 정동병원에선 정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관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정씨의 구속을 결정한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정씨의 건강 문제가 수감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정씨의 보석 신청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과의 공범 관계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풀어주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씨의 구속이 조 전 장관의 구속을 막아주는 계기가 된 점도 문제가 된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 부시장의 비위를 알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면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할 정도의 범죄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송 부장판사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부 진행이 편파적이라는 검찰의 의견서를 받고 나서다. 형사소송법상 형사사건 재판은 공개로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인 점을 미뤄 이례적인 조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는 전날 정씨의 사문서 위조(동양대 표창장 위조)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의견서 3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제4회 공판준비기일 소송지휘 부당성’ ‘일부 진술조서 등 관련 변호인 의견 부당성’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한 변호인 증거 의견 부당성’이다. 송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편파성과 관련한 검찰의 이의제기를 무시하고 변호인단에게 발언권을 주려 한 것이 문제의 요지다.

검찰은 당시 오전 10시쯤 재판부가 출석하자 앞서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진술하려고 했다. 재판부의 공판준비기일 진행 절차와 중립 위반 등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이를 제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구두 진술을 막고 증거 의견에 대해 변호인이 먼저 설명하도록 한 부분 등 (당시 재판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서면에 담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참고인 2명의 진술 조서가 동일한 시간대에 작성됐다”, “작년 9월 사문서위조 혐의 기소 이후 검찰이 추가 제출한 증거는 별건 위법 수집 증거” 등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참고인 조사 경과 등을 미루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증거 인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재판부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절차 진행을 비판하는 것은 재판 과정에 확실히 편파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로서는 재판 진행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절박함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 재판을 하루 앞둔 이날 비공개 재판 방침을 결정했다. “법령상 재판 공개 시 절차 진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다. 이와 관련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형사재판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형사소송법마저 어기면서 재판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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