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정상적인 사고 아냐"
민주당 금태섭도 "피해자 한번더 망설이게해선 안돼"

방송인 김어준(사진=연합뉴스)
방송인 김어준(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최근 여성들의 억압적 성폭력 피해경험 폭로 운동인 '미투(me too)' 확산을 두고 친문(親문재인)좌파 방송인 김어준이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 분열을 위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봐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26일 "희생자가 공작정치의 가해자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질타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한 좌파 방송인이 공작 사고방식에 관한 자기고백으로 갑질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재갈을 물렸다"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또한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김어준의 공작 사고방식으로는 성범죄가 '주목도 높고 좋은 소재인 섹스'로" 보이느냐고 지적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면 권력에 의해 수십 년간 묵히고 썩이던 피해자의 상처와 분노를 버젓이 보며 저따위 저급한 공작을 상상하진 않을 것"이라며 "공중파에 출연까지 하는 방송인의 사고와 발언 수준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어준이 속한 좌파 진영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까지도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활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인 수준의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 색안경 내려놓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그는 "비뚤어진 진영논리와 망발로 성폭력 피해자와 국민을 모독한 김어준은 어설픈 해명이 아니라 대국민 사과하고 즉각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어준은 앞서 지난 24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이걸(미투 운동을) 보면 어떻게 보이냐. 첫째. 어, 섹스. 좋은 소재. 주목도 높아. 둘째. 진보적 가치죠. 오케이. 그러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매체를 통해서 등장시켜야 되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마치 보수우파진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섭외'해 좌파성향 매체에 등장시켰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더불어 이른바 '진보' 좌파성향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폭로가 좌파진영에 불리한 "공작"에 이용당한다는 것으로, 정파논리에 따른 '사전 검열'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김어준은 다만 "지금 나와 있는 뉴스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예언"이라고 단서를 단 뒤 "예언한다. 누군가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 타겟은 어디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이라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정부, 청와대 요인들이 성폭력 폭로에 연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보수우파의 공작 쯤으로 생각하라는 소위 '밑밥 깔기'이자, 관련 인사들의 사전 책임회피를 의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김어준은 또 "댓글공작"을 거듭 입에 올리면서 "그 흐름을 보면 다음엔 뭘 할지가 보여요. 걔들이 밑밥을 깔기 시작하기 때문에, 흐름이 그리로 가고 있다. 준비하고 있어요. 그 관점으로 보면, 올림픽 끝나면 틀림없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 혹은 기사들이 몰려나올 타이밍이다. 예언 한번 해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어준의 발언이 '너무 나간' 듯,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미투가 이용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말은 피해자를 한 번 더 망설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친문 지지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김어준과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언론 등에 조명됐다.

금태섭 의원은 그러나 26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공개하는데 왜 진보진영의 분열, 공작 가능성 등 정치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이 걱정없이 피해사실을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얘기는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논쟁의 대상도 안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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