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9명 중 4명만 '처벌 합헌'...'위헌 및 일부 위헌' 5명이지만 6명 못 미쳐 겨우 '합헌' 유지

2015년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는 A씨. (사진 = 채널A 방송화면 캡처)
2015년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는 A씨. (사진 = 채널A 방송화면 캡처)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7일 A씨가 “국기모독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2:3(각각 합헌:일부위헌: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위헌 결정이 나려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한다.

A씨는 2015년 4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위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인근 경찰버스 유리창에 끼워진 종이 태극기를 꺼내 불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법(헌법 105조)에 따르면 모욕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헌재는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 정체성을 표상하며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한다”며 “현의 자유를 강조해 국기 훼손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라고 처벌 합헌 판단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 대상 조항이 금지·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단이 과잉금지원칙(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 작용의 한계)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국기모독죄로 기소 및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고, 우발적이거나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국기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세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국가나 국가기관이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기 훼손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등 이유였다. 이석태 재판관은 좌파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고, 김기영 재판관은 좌파 성향 법조인 단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미선 재판관 역시 좌파 성향 법조인 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날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이영진・문형배 두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기관 등에서 쓰이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가 아닌 다른 국기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고, 이영진 재판관은 청문회 당시 “우리법연구회가 ‘사법부 하나회’란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던 인사다. 현재 현직인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됐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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