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드라기·버냉키 "저금리 상황 지속될 것...양적완화 병행해야"
서머스 "양적완화가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덜 낙관적"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경제가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직 중앙은행 총재들의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사흘간 일정을 마친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전미경제학회장을 맡은 옐런 전 의장은 '일본형 장기불황' 세션에서 "미국이 구조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며 양적 완화와 세금 인하 등을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구조적 장기침체'는 투자와 총수요 부족으로 저성장과 저물가에 빠진 상황으로, 일본이 1990년대 거품이 붕괴하면서 저물가·저금리·저성장에 빠졌던 장기불황을 말한다. 

옐런 전 의장은 "생산성 저하와 고령화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양적 완화는 경제에 활력소를 공급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화정책이 유용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수단이 되긴 힘들 것"이라며 "미국은 불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도 같은 세션에 보낸 비디오 영상을 통해 "유럽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은 1991년 거품이 붕괴한 이후에도 금리 인하를 주저했고 양적완화도 2001년 뒤늦게 시작했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중앙은행이 각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유럽에는 여전히 대응할 여지가 있다. 다만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으로 양적완화(QE)와 함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선제 금리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등 중앙은행이 개발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포워드가이던스(통화정책에 대한 선제적 방향제시)로 사실상 3%포인트의 정책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도 유럽,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의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며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정책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머스 교수는 통화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를 지적했다. 그는 "양적완화가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덜 낙관적"이라며 "이미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의 금리가 연 1%에 가까운데, 이를 0.5%포인트 또는 0.2%포인트 낮추는 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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