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대상인 'SK디스커버리'를 아무 책임없는 'SK케미칼'로 작성한 '황당한 업무처리'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부실한 사건처리로 두 번이나 허리를 숙였던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에게 '얼빠진 공정위'란 수식어가 붙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최근 공정위가 접수한 표시광고법 위반 고발요청서의 오류를 발견해 반려했다.

검찰의 반려로 공정위는 이번 사건 처분 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출발해야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SK케미칼은 작년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SK디스커버리'로 법인명이 변경됐고, 'SK케미칼'이라는 법인명은 신설되는 회사가 이어받았다. SK케미칼은 지난달 5일 주식시장에 상장(上場)까지 완료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SK케미칼이 아닌 SK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책임이 없는 회사에 처분을 내리는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 탓에 검찰은 문제를 저지른 회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4월 2일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실수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가뜩이나 부족한 검찰의 수사 시간을 날리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가 이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인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 사건"이라며 "공정위의 고발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 것은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그간의 절차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공정위는 과거 한 차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외압 의혹과 더불어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으로 지난해부터 재조사를 실시했다.

결국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표시 광고 만으로 소비자 제품의 위해성을 알고 대처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했고, 제품 출시할 당시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하고 전원회의를 통해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삼성 순환출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기존의 발표를 번복하며 같은 사건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작년 12월 21일과 지난 12일, 법 집행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반성한다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이미 "통렬히 반성한다"고 두 번째 고개를 숙인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한 번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 상조'에 이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얼빠진 공정위'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마당에 공정위에 대한 신뢰가 지속될 수 있을지 점점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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