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운동 적극 활동했던 좌파 성향 인물로 알려져
-월간조선, "해당 성추행 신부는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김덕진 씨...경찰도 인정"
-정의구현사제단 한만삼 신부 이어 연이은 '性추문'
-피해자, 주변 인권 활동가에게 알렸지만 묵살된 사실 거론하며 '방조자'들도 강하게 비판
-한만삼 신부 관련 공식사과했던 천주교 수원교구, 뒤로는 “3일만 지나면 잠잠” 단체 문자

그동안 이른바 ‘인권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단체인 천주교인권위원회 간부가 4년 전 여성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한만삼 신부가 과거에 신도를 성폭행하려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내부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묵살되며 조용히 넘어가려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이 더욱 크다. 권력 저항ㆍ규탄ㆍ항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온 인원들이 연이어 폭로 대상자가 되자, 이중성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천주교인권위 간부 A씨가 지난 2014년 지역의 한 여성활동가 B씨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B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신이 2014년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A씨가 자신에게 사과한 뒤에도 지인들에게는 성추행 행위가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녀 추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B씨의 폭로가 나온 이후 A씨는 SNS를 통해 “용납될 수 없는 일로 큰 잘못을 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려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B씨는 당시 피해 사실을 인권 운동 진영의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묵살된 사실을 거론하며 방조자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B씨가 지목한 활동가들 역시 “동료 활동가가 겪은 폭력과 고통에 감정이입하고 헤아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사과 입장을 내놨다.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표시해야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조항은 2013년 6월 폐지됐다. 따라서 A씨의 행위가 실제 2014년 발생했다면, B씨의 고소 없이도 수사를 거쳐 처벌이 가능한 상태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올린 글에서 행위 시점이 특정되고, 시기적으로 친고죄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사안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인지된 상황에서 원칙에 따라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 또한 한만삼 신부의 경우처럼 인권운동, 사회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A씨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용산 참사 등 국내 여러 현안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대외협력팀장'이라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도 맡고 있었으나 B씨 폭로가 나온 이후 지난 14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A씨가 소속된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가톨릭교회 공식 기구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는 상관이 없는 독자적인 단체이다. 1988년 11월 14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인권소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4년 3월 천주교 인권위원회 독자 조직으로 독립했다. 이후 '인권과 평화의 길을 걸어가고,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대책활동을 전개해나간다'는 활동 목적 아래, 쌍용자동차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 등의 활동을 해온 곳이다.

이와 관련해 월간조선 뉴스룸은 26일 "해당 성추행 신부 A씨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출신인 김덕진 씨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경찰 관계자도 "김씨가 성추행 문제로 사퇴한 게 맞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한만삼 신부가 과거 아프리카 선교봉사활동 당시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한 사실이 피해자 폭로로 알려지자, 천주교 수원교구 교구장은 25일 교구민들에게 서한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성당의 평신도들에게는 전혀 다른 취지의 평신도회 단체 문자가 발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부터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절 출입도 금지한다, 특히 25일은 성당에 오지 않아야 하고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고 하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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