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해 미국에서 쓴 로비 자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조사 전문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삼성전자(341만 달러)와 삼성물산(9만 달러)의 현지법인과 로펌 등을 통해 총 350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출처: OpenSecrets.org

이는 전년 164만 달러의 2배 이상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의 168만 달러를 가볍게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삼성이 로비자금으로 지출한 350만 달러는 미국 내 전자 업종에서 11번째로 많은 로비자금을 지출한 곳으로 파악됐으며, 1위는 오라클로 1천238만5000 달러를 신고하며 유일하게 1천만 달러를 넘겼다.

이어 2위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850만 달러)와 퀄컴(826만 달러), 애플(707만 달러),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676만 달러), IBM(531만 달러), 소비자기술협회(CTA)(505만 달러), 휴렛팩커드(HP)(498만 달러), 지멘스(395만 달러), 인텔(373만 달러) 순으로 파악됐다.

로비자금 지출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역’이었다. 삼성이 지난해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110건 중 18건이 무역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관련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로비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로비 대상 기관으로는 연방하원 27건, 연방상원 26건, 대통령실 9건, 무역대표부·상무부 각 6건, 백악관·재무부 각 5건, 총무청·국무부·교육부 각 4건 등이다.

이처럼 삼성의 로비자금 지출이 급증한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한 것과 더불어 스마트폰, 반도체 등 기술특허 분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비자금 지출 중 무역과 관련된 비중이 큰 만큼 미국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마찰이 지속되면서 물 밑 작업을 강화했다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기업 활동을 위한 로비가 합법인 것은 물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곳”이라며 “이 같은 통계는 삼성이 미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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