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격화...트럼프 "이란이 美 타격하면 52곳 목표물 '매우 신속 강력하게' 공격할 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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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1월3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미군 공습 중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관련 소식을 4일 일제히 1면 보도한 이란 일간지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1월3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미군 공습 중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관련 소식을 4일 일제히 1면 보도한 이란 일간지들.(사진=연합뉴스)
이란 종교도시 곰 잠카런 모스크에 걸린 붉은 깃발.(사진=이란 국영방송TV)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이하 미 현지시간) 이란이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망을 계기로 미국 시설들을 보복 타격할 경우, 이미 선정해 둔 52곳의 목표물을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는 3일 미군의 무인기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하고, 이란이 시아파 성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기를 게양하는 등 보복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3연속 글을 올려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 지도자"로 지칭, "(이란이) 그를 제거하자 대담하게도 특정 미국 자산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얘길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52곳의 목표물들을 선정해 놓았으며 이란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WILL BE HIT VERY FAST AND VERY HARD) 이들에 대한 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오랫동안 문제였다"면서 '이란 내 52개 목표'는 그동안 이란이 인질로 삼은 미국인 52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물 52곳'은 미국인 52명이 지난 1979년 이란혁명 이후 테헤란주재 미 대사관에 1년 이상 억류됐던데 따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월5일 오전(한국시간) 트위터 글 일부.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이보다 몇시간 앞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라크 총리는 4∼6일 사흘간 국가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이란 국영TV는 4일 수도 테헤란 남쪽 시아파 성지인 쿰에 있는 잠카란 이슬람 사원에 사상 처음으로 붉은 깃발이 걸리는 장면을 방영했다. 시아파 전통의 붉은 깃발은 피로 물든 것을 상징하며, 살해당한 사람의 원수를 갚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란 국영TV는 또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집을 찾아가 조문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솔레이마니의 딸이 로하니 대통령에게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라고 묻자,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 모두다. 이란 모든 국민이 선친의 복수를 할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답했다. 

1월4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열린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사진=연합뉴스)

앞서 3일 솔레이마니 피살 직후에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 성명을 내고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반발했고, 로하니 대통령도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의 자택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한 사진을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올리며 "순교자 솔레이마니에게 모두 감사한다. 그의 진정성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신의 축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국적의 민간인 1명이 로켓포탄 공격에 사망한 뒤 이란 측의 추가 공격 첩보가 입수되자 '솔레이마니 제거'를 결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 지도자'로 지칭한 트윗에서 열거한 인명피해 사례 중에도 '미국인 1명'이 있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무장조직원.(자료사진=연합뉴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무장조직원.(자료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라크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PMF) 산하의 카타이브-헤즈볼라는 4일(현지시간)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을 통해 "이라크 군경 형제들은 5일 오후 5시(한국시각 오후 11시)부터 미군 기지에서 적어도 10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라고 알렸다. 

이 조직의 고위 간부인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라크 군경의 지휘관은 자신의 병력이 안전 준칙을 지켜 그들이 (미군의) 인간 방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셈이다. 이라크에는 미군 5000여명이 10여개 기지에 분산해 주둔한다. 이 경고는 미군이 이란군 솔레이마니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PMF 부사령관 겸 카타이브-헤즈볼라 창설자를 공습해 살해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와 군이 미국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터라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경고가 이란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AP와 알 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로켓포 3발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북부 알발라드 공군기지를 강타했다.

이어 미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바그다드 중심부 알 자드리야 주변 그린존에도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 그린존을 향한 박격포는 미 대사관에서 약 1㎞ 거리의 공원에서 폭발했다. 미군 인명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알 자지라와 이라크군 등에 따르면 두 공격으로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 여러명이 다친 가운데,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공격 직후 미군은 헬리콥터와 무인정찰기(드론) 여러 대를 띄워 공격 원점을 추적했다. 추적 결과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두 달 간 미군 기지나 그린존에 대한 공격은 최소 10차례 발생했지만 공격의 배후가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다. 미국은 이란의 지시에 따른 PMF의 소행이라는 혐의를 강하게 두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사진=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사진=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중동에 '신속대응' 목적으로 병력 3500명을 추가로 급파했다.

미군 82공수부대 대변인인 마이크 번스 중령은 이날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이 수일 내로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며 "이들은 앞서 중동으로 긴급히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파 병력 가운데 대부분은 치안 유지를 위한 일반 병과 소속이 아니라, 82공수부대 소속 신속대응병력(IRF·Initial Reaction Force)이다. 신속대응부대는 강도높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짜여진 미군 특수부대다. 알 카에다 조직원 같은 테러용의자들이나 흉악범이 갇힌 쿠바 관타나모의 캠프 델타를 맡아 성공적으로 관리해 명성을 쌓았다.

미국이 이들을 급파한 것은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이라크 내 반미 여론이 강해진데다, 친이란 민병대가 동원된 무력 보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번스 중령은 "신속대응부대 소속 병력은 해외 위기 상황에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다"며 "집합 명령을 받으면 병사들은 2시간 내로 전투 장비로 무장하고 기지로 와 18시간 안에 파병지로 갈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병력은 지난 2일 쿠웨이트에 이미 도착한 추가 병력 750명에 합류한다. 750명이 쿠웨이트에 파병된 것은 이라크 내 상황이 악화할 경우 신속히 투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82공수사단 IRF 소속 병력 750명을 급파했으며, 추가 배치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은 3일 긴급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권자는 항공·육로 등을 통해 즉시 출국하라면서 소개령을 내려 둔 상황이다.

채드 울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사진=연합뉴스)
채드 울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사진=연합뉴스)

미 본토에서는 국토안보부가 4일 채드 울프 장관 대행을 통해 "이란은 강력한 사이버(공격)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며 '신규 국가 테러리즘 경보 시스템 공고'를 발행했다. 이 공고의 시한은 이달 18일까지로 돼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란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미국의 핵심적 인프라(기반설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공격을 수행할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공고는 또 이란이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적에 대한 제지나 보복의 방편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고조된 긴장을 이용해 개별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공고는 "현시점에서 미 본토에 대한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을 시사하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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