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간 성장세에도 성장률과 성장 속도 모두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로버트 실러 "연평균 성장률 역대 확장기보다 가장 낮은 수준"
"트럼프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 미국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켜"
도미니크 살바토르 "미국의 노동력과 생산성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미국 비롯한 선진시장의 막대한 부채, 기준금리 인하 정책 등에 지적 나와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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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경제학자들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3일(현지시간) 개최된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잇따라 미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미국 주요 경제학자들은 이날 미국 경제가 역대 최장기간 동안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성장률과 성장 속도 모두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장기간 경기 확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역대 확장기보다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최장기간이자 가장 느린 경기 확장”이라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였음에 비해 1인당 실질 GDP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실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미국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며 “내러티브(이야기) 때문에 실제보다 경제 성장세가 긍정적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사진 = 연합뉴스)
왼쪽부터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서 내러티브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실러 교수에 뒤이어 도미니크 살바토르 포드햄대 교수는 “1999년 이후 가파른 기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동력과 생산성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바토르 교수는 “경제성장의 2가지 동력은 노동력과 생산성”이라며 “장기적인 성장세가 2%를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둔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달로 127개월째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는 지난 닷컴 버블 당시의 120개월(1991년 3월~2001년 3월)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주요 경제학자들은 이날 학회에서 최장기간 경기확장세에 동반한 미국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들을 거론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향후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를 얘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과거에 경험한 것과는 다른 모델일 수 있다. 다른 뇌관이 작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부채를 분석했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 등의 신흥시장 뿐 아니라 선진시장의 막대한 부채도 문제라며 “미국을 비롯한 이들 국가의 재정 여건을 본다면 세입 구조가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는 지난 50년간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침체에 대응했지만 이제는 더 인하할 여지가 없다”며 “제로 수준 또는 마이너스의 기준금리를 통해 성공적인 경제를 운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향후 위기 대응력이 취약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서머스 교수는 “재정지출 역시 이미 엄청나게 확대된 상태”라면서도 “우리가 주력해야 하는 부문은 더 많은 공공투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미경제학회 총회는 미국 주요 경제학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이벤트다. 이번 총회는 오는 5일까지 열리며 500개 안팎의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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