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안 서는 덕소역에 특별열차
靑,文-金 접견 전하며 "남쪽" 표현
김영철, 방한 직후 천안함 의견 물어도 무시 일관
한국당 농성에 '통일대교' 막히자 軍 작전도로로 우회 入京
서울 워커힐호텔 출입 막무가내 통제, 조선닷컴 기자 감금
진짜 국빈대우? 김영철 평창 도착 50분 뒤 文대통령과 접견
작년 11월 트럼프 방한 때 反美단체 행패 방치와도 대조
"히틀러가 이스라엘, 빈 라덴이 미국 간 셈" 비판 들끓어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후 평창 진부역에 도착, 출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사진=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후 평창 진부역에 도착, 출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사진=연합뉴스)

'천안함 폭침 주범 초청' 파문을 일으키며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25일 방한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에 도착했다. 평창 도착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만났다. 

김영철 등은 육로 방한을 위한 차량·통로, 숙소가 마련된 호텔, KTX 이용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이 제공하는 '국빈급 비호'를 받으며 평창으로 향했다. 입국 과정에서 군 당국은 지도에도 안 나오는 군용 작전도로를 한국 국가정보원장 격인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에게 내줬고, 경호를 맡은 인력들은 '기자 감금' 등 취재 방해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철과 그의 오른팔인 대남 선전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4시11분쯤 KTX를 타고 평창 진부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와 검은색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여러 대를 나눠 타고 역을 빠져나갔다. 김영철은 취재진 앞을 지나가며 '여전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은 앞서 이날 오전 경의선 육로로 한국 땅을 밟았다.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영접'을 받은 뒤, 당초 예정된 통일대교 대신 군용 비밀 작전도로인 '전진교'를 거쳐 서울로 향했다.

전날(24일)부터 통일대교 남단 '점거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자유한국당과 천안함 사건 유가족 등 수백 명이 밤을 새서 이날 오전까지 자리를 지키자, 통상 사단장급 이상의 통제를 받는 전진교를 열어 김영철을 맞이한 것이다.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김영철은 방탄 기능이 있는 검은색 제네시스 EQ900,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제네시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은 포드익스플로러 차량에 탑승했다. 김영철 등은 CIQ 도착 당시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방남 소감 한마디 말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무시했다. 북측 대표단 차량 앞뒤로 정부 측 그랜저 차량이 호위했다.

조선닷컴 등에 따르면, 경찰이 북한 사전점검단이 탑승한 차량이 지나는 도로의 교통 신호를 잡아줘 김영철 등은 '일사천리'로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까지 향했다.

오전 11시50분쯤 워커힐로 들어서는 도로는 경찰에 의해 통제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구급차와 소방차도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은 2차선 호텔 진입로를 1차선을 좁혀 놓은 다음, 통행 차량을 전수 검문했다. 도로가 꼼짝없이 막히자 시민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고함을 질렀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북측 대표단 도착이 임박하자 호텔은 사전 고지도 없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점심시간 호텔을 찾은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못 들어간다"는 말 이상의 설명을 시민들에게 내놓지 않았다. 호텔 내 예정된 한 프로모션 행사가 지체되는 통에 김영철은 호텔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선닷컴은 "기자가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서울 광진서 소속 경찰 10여명이 기자가 메고 있던 배낭을 잡았다"면서, 경찰들이 끌고 간 뒤 '인간벽'을 쌓아 십여분 막아섰다고 밝혔다. 김영철 취재·질문을 막고자 '일시 감금'한 것이다. 김영첱 등이 호텔을 벗어난 뒤에야 경찰들은 인간벽을 풀었으며, 일부는 자신도 상황을 납득하지 못 한다는 자조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북측 대표단은 차량으로 평창까지 가지 않고 경기 남양주 경의중앙선 덕소역에서 내려, KTX를 타고 평창 진부역으로 왔다. 덕소역은 본래 지역주민들의 요구에도 KTX가 정차하지 않던 역이다. 그러나 김영철 등이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을 찾기로 하자 정규 편성되지 않은 특별열차편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닷컴은 열차 특별편성으로 평창행(行) 일반열차는 10여분씩 연착되는 사태가 빚어졌다면서 "특별열차 한 대 편성하는 데에는 1000만원 안팎의 국가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후 8시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 참석했다. 폐회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한 미국 정부 대표단도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홍준표 당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무성 방한저지투쟁위원장을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한을 저지하기 위해 경의선 육로상에 있는 통일대교의 남단 전차선을 막고 전날(24일)부터 이틀 간 점거 농성을 벌였다.(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25일 홍준표 당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무성 방한저지투쟁위원장을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한을 저지하기 위해 경의선 육로상에 있는 통일대교의 남단 전차선을 막고 전날(24일)부터 이틀 간 점거 농성을 벌였다.(사진=자유한국당)

북한의 김영철 방한 통보에 즉각 화답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창에 도착한 김영철 등과 별도로 회동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 모처에서 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8명 전원과 접견했다. 회동 후 약 2시간30분 지나서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 이런 사실과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 '북미'(미북)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대표단을 파견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으며,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입장을 해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대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이에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회동 배석 인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 측을 "남쪽"이라 지칭하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영철 방한 철회 촉구 및 '육탄 저지'를 위해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벌이다가 시작 16시간 여만에 우회 방한 소식을 듣고 철수했던 한국당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무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장외 투쟁을 이어갔다. 오는 26일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김영철 방한 규탄 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날 김영철의 방한과 관련해 "독일 히틀러가 이스라엘에 입국하거나 빈 라덴이 미국에 들어간 셈"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해 11월 반미·종북단체들이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경호차량에 야광봉과 쓰레기 등을 투척하는 것조차 제지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한 때와 달리, 이번 김영남 경호에는 인간벽까지 불사하는 철통 경호를 선보이면서 비판 여론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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