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론 싸늘한데...TK 의원들 중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의원 아직 없는 상황
상당수 TK 지역 당원들, 朴탄핵정변 과정-對與투쟁 등에서 의원들 '몸 사리기'에 급급했다고 목소리 높여
초재선 의원들도 예외 없어...정종섭 의원은 당무감사에서 최하위권 점수 받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전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무감사에서 '텃밭' 대구·경북(TK) 현역 의원 교체 요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2일 전해졌다. "TK는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까지 싹 다 갈아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역 의원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당내 여론과 달리 TK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전국 당협위원장(원내 79명, 원외 144명)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진행해 해당 결과를 최근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TK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보장된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당의 가장 안정적인 텃밭이며, 강성 지지자 또한 많다. 그럼에도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TK 유권자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국당은 이번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회·조직 관리와 인지도, 평판, 당선 가능성 등을 평가 항목에 넣고 각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상당수 TK 지역 당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변 과정,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에 대한 대여(對與) 투쟁 등에서 TK 중진들이 '몸 사리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TK 의원 중심의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이후 위기에 몰렸지만, 황 대표 선출 이후 부활에 성공했고 주요 당직 대부분을 맡으면서 '친황계'로 변신했다. 당원들은 이런 행태에 큰 실망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재선 의원들도 예외는 없었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진박(眞朴)' 후보로 불리며 단수 추천된 후보들에 대한 반감이 거셌다. TK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장차관급 초·재선'이 많다. 정종섭(대구 동구갑) 의원은 당무감사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따가운 시선에도 TK 의원 19명 중 아직 단 한 명도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총 9명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김무성, 김세연, 여상규, 김도읍, 김성찬, 윤상직 의원 등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에선 한선교, 김영우 의원 등 2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는 유민봉 의원이 불출마 뜻을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당을 살리는 길은 TK 의원 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뿐이라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TK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저는 대구에 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 현역 의원 90% 이상 물갈이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대구가 물로 보이냐"며 "책임은 회피하고, 권력만 누리려 한다면 당선은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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