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탄핵은 정치재판과 사법권력 남용"
"구속시켜 놓고 원안에도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어"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체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자유한국당이 나서야 할 때

이영훈 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영훈 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국내 경제학계의 원로(元老)인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이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옳다거나 그를 지지하기 때문에 지난 겨울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 모든 실수를 다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탄핵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치재판’이라도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력의 남용”이라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준표 대표가 대선 당시 관훈 토론에서 “박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발언했던 것을 상기하며, 현재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은 “박대통령을 구속시켜 놓고 원안에도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우선 박대통령을 석방시킨 다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대표였고 한 때 이 나라의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아니 국민된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이다”라고 덧붙엿다.

그는 “그것이 큰 정의의 정치”라고 말하며 “그렇게 25%라도 고정 지지층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그것은 금방 30, 40%의 지지로 확산되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나같은 글쟁이도 아는 그런 정치의 원리를 벌써 30년 가까이 정치를 했다는 그대는 왜 알지 못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다음은 이영훈 교수 페이스북 전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탄핵정국을 초래한 데에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편협했으며, 독선적이며, 불통이었으며, 파당을 지었으며, 오랫동안 횡포를 부려 결국 당을 분열시켜 탄핵정국을 부르고 정권을 빼앗기게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는 크며, 정치가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주장이다.

나는 이 같은 주장이 전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옳다거나 그를 지지하기 때문에 지난 겨울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 모든 실수를 다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탄핵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아무리 정치재판이라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력의 남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한 것이다. 한국의 헌정질서가, 자유민주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노한 것이다. 홍대표에게는 이러한 분노가 없는 듯하다. 들리지 않는다. 다수 애국시민의 충정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의 논변은 능란하지만 메마르다. 공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하나의 파당 정치이구나라는 서글픈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역시 스쳐가는 기능적 정치가 이상이 아닌 듯하다.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서 관훈클럽에 나가 토론한 장면을 기억한다. 어느 기자가 물었다. 대통령이 되면 박대통령을 사면하겠느냐고. 홍대표는 자신은 박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 때 나는 이 사람이 진짜 일머리를 아는구나라고 감탄했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였다.

그런데 지금 박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는가.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속시켜 놓고 원안에도 없는 죄를 찾아 덮어 씌우기하고 있다. 필부필부를 대상으로 해서조차 있을 수 없는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의 남용이 한 때의 국가원수를 대상으로 뻔뻔하게 자행되고 있다. 삼족을 멸한 전통시대 당쟁을 상기시키는 원한이다. 여기에 분노하지 않으면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자한당은 우선 박대통령을 석방시킨 다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파당의 상처로 얼룩진 사이라 할지라도 한 때 자당의 대표였고 한 때 이 나라의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아니 국민된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이다. 홍준표 대표는 박대통령의 재판을 방청해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의 주장대로 공정한 재판을 받게만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큰 정의의 정치이다. 모든 원한을 지우면, 마음을 텅 비우면, 큰 공감의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25%라도 고정 지지층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그것은 금방 30, 40%의 지지로 확산되어 갈 것이다. 나같은 글쟁이도 아는 그런 정치의 원리를 벌써 30년 가까이 정치를 했다는 그대는 왜 알지 못하는가. 주말의 회포가 너무 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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