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일 “조희연 교육감 면담 요구” 서울교육청 정문 바리케이드 넘으려던 인헌고 최인호 군 강제로 끌어내려 내던져 부상케 해
강인환 종로署 경비과장, 해당 사건 보도한 기자에 전화 걸어 “제지하다”로 정정하라고 요구...언론까지 겁박하는 ‘文정권 경찰’
국민 세금으로 봉급받는 경찰이 10대 학생 끌어내 던져 응급실 가게 해놓고 “제지했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 과장, 기자와 통화 중 “당신은 기자로서 자질 없다”, “건방지다” 등 거친 표현 사용하기도
문재인 정권 경찰은 ‘국민 지키는 지팡이’인가, ‘국민 괴롭히는 몽둥이’인가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관할의 종로경찰서 본청 전경.(사진=박순종 기자)

경찰이 2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인헌고 최인호 군을 끌어내 던져 부상을 입힌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을 보도한 펜앤드마이크 기자에게 서울 종로경찰서 간부가 전화를 걸어 기사 제목과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라며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했다. 이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권력의 충견(忠犬)’으로 전락했다는 논란이 끝이지 않는 경찰이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에 대해 공공연히 압박을 가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발생한 ‘최인호 군 부상 사건’은 펜앤드마이크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사건의 전 과정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이 경찰 간부의 행태는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펜앤드마이크가 2일 보도한 대로 이날 오전 10시 무렵, ‘전국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교육청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학수연’ 측 설명에 따르면 교육청 측 관계자가 장학사와의 면담을 약속했으나, 약속한 시간까지 장학사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었다.

약속됐다는 시간보다 40여분 늦게 나타난 서울시 장학사에게 ‘학수연’ 학생들은 조희연 교육감과의 면담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장학사는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학수연’ 측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최인호 군 등 학생 3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 2명은 서울시교육청 본관 현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교육청 본관 안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로부터 ‘강제철거’ 요청을 받은 경찰 측은 최인호 군 등을 강제로 끌어내 이들을 교육청 정문 앞에 내려놓았다. 이때 극도로 흥분한 최인호 군은 “누가 ‘박치기’를 했느냐, ‘박치기’ 한 사람 나오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교육청 정문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으려고 시도했다.

이에 흰 마스크와 검은 귀마개를 착용한 경찰관이 최인호 군을 끌어내려서 경찰관 기준 왼쪽으로 내던졌다. 이때 최 군은 바로 옆에서 취재중이던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 쪽으로 중심을 잃고 날라와 기자의 왼쪽 팔에 받혔다. 이 모든 상황은 박순종 기자의 휴대전화기에 동영상으로 기록됐고,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이 최인호 군의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해당 방송의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한 경찰관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바리케이드를 넘으려는 최인호 군을 끄집어내려 내던지는 모습. 최 군은 바로 옆에서 취재하던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의 왼쪽 팔에 와 받혔다.(사진=’전국학생수호연합’ 최인호TV 캡처)

사건이 일어난 당일, 펜앤드마이크는 오후 2시 24분 경 <“조희연 교육감 만나게 해달라”...인헌高 최인호 군, 서울교육청 진입 시도 중 경찰이 내동댕이쳐 부상>이란 제목의 첫 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경위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최인호 군이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과 직접 관계된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에게 오후 7시 25분 경 전화를 걸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서 같은 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강인환 경정이 2일 오후 9시 박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강인환 경정은 “최인호 군이 땅바닥으로 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동댕이쳤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지하다’라는 표현으로 바꿔줄 것을 기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경찰이 10대 학생을 강제로 끌어내 던져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게 한 사건과 관련해 “제지”라는 표현으로 기사 내용과 제목을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무리한 요구임이 명백하다.

강인환 경정의 ‘항의 전화’를 받은 기자는 “만일 최인호 군 옆에 사람이 서 있지 않았더라면 최 군은 땅바닥으로 넘어졌을 것이며 최 군이 그 사람과 부딪혔기에 땅바닥으로 넘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강 경정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강 경정은 “당신이 직접 보았나?”하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가 같은 사건을 촬영한 장면. 경찰이 최인호 군을 내던져 최 군이 박 기자의 왼쪽 팔에 받히는 바람이 박 기자가 들고있던 휴대전화 단말기의 카메라 앵글이 윗쪽으로 치솟았다.(사진=박순종 기자)

하지만 강 경정의 해당 발언과 행동은 문제의 경찰관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바리케이드를 넘어 교육청 내 진입을 시도한 최 군을 끄집어내려 내던질 때 최 군을 팔로 받아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막은 사람이 바로 강 경정이 ‘항의 전화’를 건 바로 그 기자였다는 사실을 모르고서 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강인환 경정은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기자로서 자질이 없다”, “건방지다”는 식의 거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강 경정은 또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청 정문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무렵, 조 교육감이 교육청 본관에 기자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혁신교육 2.0’ 구상을 발표하고 있었다.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조 교육감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정책으로 공교육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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