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광훈 목사에게 ‘도주 우려 있는 자’로 낙인 찍고 수갑 채운 듯
반면 전광훈 목사, 영장심사에 자진출석해 “도주할 생각도 없고 증거인멸할 생각도 없다”
一家 범죄 혐의로 영장심사 받은 조국 부부 수갑 차지 않고 구치소로 이동
감찰 무마 당사자 유재수, 영장심사 받고 나오는 길에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이동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송병기도 관계자 두어 명 대동한 채 구치소로 향해
좌파 운동권과 정치권 거친 허인회는 입금체불 혐의로 영장심사 받았지만 비공개로 출석
親文세력 인권은 과도하게 챙기면서 반대 세력 인사에겐 과잉 대응 논란 확산돼

전광훈 목사./유튜브 주사랑이은미TV 캡처
전광훈 목사./유튜브 주사랑이은미TV 캡처

문재인 정권의 경찰이 2일 영장실질심사(영장심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향하는 전광훈(64) 목사에게 수갑을 채워 파문이 일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영장심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심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이동 중 신체상의 구속을 받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현 정권의 전·현직 인사들의 인권은 과도하게 챙겨주면서 반대 세력의 인사에겐 ‘망신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전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이날 오후 1시쯤 2시간 30분 가량의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면서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6일 그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검찰에 신청했다. 문제는 경찰이 전 목사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훈령)’을 개정하면서 수사당국은 수갑과 같은 보호장비 사용을 줄이고 있다. 노인·여성·장애인·중증환자나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 교정시설과 검찰청사 등이 지하 통로로 연결돼 지정된 경로로 호송하는 수용자 등이 이 같은 편의를 받는다. 결국 전 목사를 구인(拘引)한 서울종로경찰서 측은 그를 ‘도주 우려가 있는 자’로 판단하고 수갑을 채운 것이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날 영장심사에 자진 출석했다. 관련 규정의 적용 대상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또한 심사 중 “한기총 대표라 도망갈 리도 없고 도망갈 것 같았으면 이런 운동도 안 한다”며 “증거 인멸과 관련해서는 이미 내 행동들을 유튜브에서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좋은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도주 우려 대상으로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MBC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중앙일보 유튜브 영상 캡처

반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씨는 일가(一家) 범죄 의혹으로 지난해 10월 23일 영장심사를 마치고 오후 5시 50분쯤 나오면서 수갑을 차지 않았다. 그는 눈에 안대를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수사당국은 아무런 제지나 감시도 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YTN 유튜브 영상 캡처

조 전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무마한 의혹으로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4시간 20여 분 심사를 받고 오후 2시 50분 법원에서 나온 그 역시 수갑을 차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시 그는 수사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KBS2 뉴스 캡처

청와대 감찰 무마의 당사자 유재수 전 부시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나오기까지 했다. 그는 2017년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감독 대상인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2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12시 30분쯤 심사가 종료된 후 청사에서 나오던 그는 취재진을 외면한 채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MBC 유튜브 영상 캡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송 부시장 역시 영장심사 전후 수갑을 차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2시간 30분가량 심사를 받고 오후 1시 20분에 나왔다. 그는 양옆에 수사당국 관계자 두어 명을 대동한 채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이하 녹색드림) 이사장은 영장심사에 비공개로 출석하기까지 했다. 임금체불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법정에 출석한 것이다. 불구속 피의자 상태인 허 전 이사장이 구속 피의자가 이용하는 지하 통로로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가 아니다. 이에 법원이 친여 인사로 대표되는 허 전 이사장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모두 대검찰청이 지난해 11월 25일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른바 특혜 대상이 된 셈이다. 영장심사 대상인 피의자가 법원에 자진 출석할 시 신체를 구속하는 수갑 등의 장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경찰은 아직 관련 지침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라는 조항을 이용해 경찰이 전 목사에게 수갑을 채운 편법 논란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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