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은 '조국 사태' 이래 文의 '검찰 때리기'용 단골 레토릭
집권당 대표 출신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 강행하고..."개혁에 대통령 권한 다하겠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정권 핵심부 부패논란 외면한 "공정사회 개혁" 논리...유체이탈화법 논란
경제난 불거져도 "불편 견뎌준 국민에 감사, 작년 우리가 겪은 진통도 좋은 교훈...자신감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1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1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새해에는 더욱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력기관 개혁'은 문재인 정권이 사실상 '검찰 무력화' 대신 사용해 온 정략적 어휘로 풀이된다. '공정사회 개혁'은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를 촉발한 법무장관 임명권자라는 점에서 유체이탈 화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각종 정책 성과를 자평하면서도 "국정기조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국민들께서 '불편'을 견뎌주신 것에 무엇보다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엔 정부·정치권 요인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청와대 핵심부 부패 의혹 수사를 지휘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검찰 때리기' 논란 발언을 할 때마다 등장하는 레토릭이다. 사실상 친문(親文) 지지세력만을 국민으로 포장하는 한편 대통령 자신을 탈(脫)권위로 포장하는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법 앞에서 모두가 실제로 평등하고 공정할 때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가 상생과 국민통합의 기반이 된다"는 레토릭을 덧붙이며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저 또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검찰 측을 거듭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신이자 노골적 반(反)검찰 성향의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 재가 사실을 공지한 터다. 이에 더해 '대통령 권한까지 다하겠다'는 입장을 낸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1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의 신년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교육사회문화 전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사회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정부는 같은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국민들, 특히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공정 사회' 없이는 '상생 도약'도 없다는 각오로 교육과 채용에서 탈세, 병역, 직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불공정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스로가 조국 사태를 촉발해 '정권 핵심부 부패 및 무마'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이를 '제도 문제'로 치부하는 논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구호인 '함께 잘사는 나라'의 개념에 대해 "경제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상황을 두고는 '성과'보다는 '노력'을 강조하는 레토릭을 내놓은 뒤, "지난해 우리는 조금 느리게 보이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아가 "지난해 우리가 겪었던 갈등과 진통도 역지사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2019년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길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강변했다. 국민들이 정부의 간섭주의 정책으로 겪은 경제난을 두고 '역지사지'를 논하거나, '자신감'마저 가졌다고 공언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두고는 "우리는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으로 왕조에서 민주공화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번의 놀라운 도약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해 '1948년 8.15 건국' 개념을 거듭 배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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