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여론조사 결과보다 여권 우세・야권 약세로 보도..."적용하고 있는 '렌즈' 다르기 때문"
4.19, 광주사태 등과 2017년 소위 '촛불혁명' 엮어내...'조국 게이트'는 언급도 없어
"뉴스 보도 아니라 집회 선전물 보는 느낌...시청률 안 나오는 건 공감 얻지 못하기 때문인 듯"

이른바 '야당 심판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더 우세하다고 보도한 MBC 방송화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이른바 '야당 심판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더 우세하다고 보도한 MBC 방송화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약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MBC가 2020년 신년 뉴스 방송에서 “여당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MBC여론조사] "국정 발목 野 심판" 51.3 "국정 실패 與 심판" 35.2’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놓고 “국정에 실패한 여당보다, 국정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 해야 한다는 여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정을 발목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51.3%로 국정에 실패한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 35.2%를 앞섰다. 대구·경북에서는 여당 심판론이 우세했고, 부산·경남은 박빙이었지만, 다른 모든 지역에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 보도와 관련한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다. 이후 연합뉴스 등도 2일 해당 보도를 인용하며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 다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등으로 못박았다.

인터넷 상에선 “MBC는 완전 권력의 개로 추락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몇몇 커뮤니티에는 MBC의 해당 기사 주소와 함께 “MBC가 적자를 내는 게 당연할 수밖에” “선거법 공수처법 지들 맘대로 통과시키는 마당에 발목은 무슨 발목” 등 의견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만 몇몇 게시물에선 “이정도 차이면 15% 차이까진 아니더라도 현재 야당에 대해 더 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좌빨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 되어가고는 있다. 아무리 문재앙 망했네 하고 떠들었어도 (우파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총선도 확 말아먹을 수도” 등 우파 정치권을 우려하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총선을 앞두고 조사기관들마다 비중이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적용하고 있는 ‘렌즈’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MBC의 이날 다른 보도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인다. 이날 뉴스데스크에는 순서대로 ‘1960년, 1980년, 2000년, 그리고 오늘 2020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수출...더 이상 ‘광주’ 없길’ ‘여전히 웃고있는 ‘그 날’의 책임자…“가슴에 피멍”’ ‘독재・불의 못 참은 ‘뜨거운 피’...민주 밑거름으로’ ‘만만찮은 세상 뚫고…‘행복’과 ‘공정’의 내일 연다’ 등이다. 

‘가슴에 피멍”’ ‘독재・불의 못 참은 ‘뜨거운 피’...민주 밑거름으로’ 보도에선 4.19와 광주사태, 6.10항쟁 이후 ‘촛불 혁명’을 동일선상에 놓기도 했다. 여기에선 탄핵 정국 당시 하야 촉구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을 ‘촛불세대’로 묘사하며 “불의를 보고는 참지 말고 정의롭게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라는 4.19 참가세대의 인용이 담기기도 했다. 2030세대에서 지난해 크게 문제삼았던 ‘조국 게이트’는 언급조차 없었다.

MBC의 지난달 31일 보도.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선 "공영방송이 남탓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MBC의 지난달 31일 보도.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선 "공영방송이 남탓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MBC는 최근 연임을 포기한 최 사장 이후 하락세를 걸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야권과 언론계 일부에선 뉴스데스크 등 MBC의 방송이 민노총 언론노조 중심의 정파적 편향성으로 공정성을 일었다는 비판까지 내놨던 바 있다. MBC의 당일 보도를 접했다는 대학생 3학년인 김모 씨(24)는 2일 펜앤드마이크에 “뉴스 보도가 아니라 집회 선전물을 보는 느낌이었다”라며 “MBC는 그제(지난달 31일)에도 2019년 키워드가 ‘공감, 위로’라며 청년들에게 남탓을 하라는 식의 보도를 냈던 것으로 안다. 시청률이 여타 유튜브 채널보다도 안 나오는 건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