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산 작가의 펜앤투어] 리더의 오더...박정희와 문재인
[김정산 작가의 펜앤투어] 리더의 오더...박정희와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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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주변 가야사 복원 열풍 뜨거워
대절 버스 방문 대부분 관 주도 수박 겉핥기
가야사 사실은 영호남의 역사와 무관
박정희의 통일정신 함양과 좋은 대조
가야사에 입힌 공존과 화합의 엉터리 해석 경계
통일정신 실종이 불러올 위험천만한 미래 개탄
리더다운 리더, 오더다운 오더 만나고 싶어
김정산 작가
김정산 작가

다가오는 봄부터 가야 여행을 하려고 현지 답사에 나섰다.

김해와 함안을 거쳐 찾은 창녕 가야박물관 맞은편엔 기계와 장비를 동원한 무덤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 군데 가야 유적지들을 거치며 나는 이 정부의 국책사업 중 하나라는 이른바 <가야사 복원>이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발현되는지 확실하게 그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가야사는 해당 지역 박물관과 고분군 등지에서 기존의 신라사나 백제사보다 어떤 면에서 훨씬 더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복원(?)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가히 열풍이라고 부를 만했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버스 한 대가 박물관 주차장에 멈춘다. 앞서 김해 박물관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보았지만 그때는 그저 무심코 지나쳤다. 대형 버스 유리창에 <모 초등학교 교직원 워크샵>이란 글씨가 보인다. 방학을 맞은 학교에서 버스를 대절해 교사들이 가야사 박물관을 찾는구나, 가야사를 직접 체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려나보다 싶은데, 웬걸 이들은 들어가자마자 5분여,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다시 우르르 쏟아져 나와 버스에 오른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길어야 10분이다. 2층에 별관까지 있는 박물관을 그새 다 봤단 말인가?

그 버스를 우포늪에서 다시 만났다. 교사들 표정이 박물관에서보다 한결 밝다. 이쯤 되면 알 만하다. 다들 가야사 따위엔 관심이 없는 눈치다.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하라니까 하는 거다. 김해, 함안, 창녕, 고령을 돌면서 하루에 이런 버스를 꽤나 본다. 전국에서 이런 수박 겉핥기에 소요되는 공금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하면 가야사가 대대적으로 복원되는 것일까?

“요즘 관람객들 많이 옵니까?”

가는 곳마다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거의 똑같다.

“그럼요. 요즘 가야사가 뜨잖아요? 단체 관람들 많이 오시죠.”

지금은 한겨울, 여행업계 최악의 비수기다.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사이클이다.

창녕박물관 앞 고분 발굴 현장
창녕박물관 앞 고분 발굴 현장

해괴한 일은 또 있다. 가야사는 가는 곳마다 공존과 화합을 말한다. 영호남의 화합, 한발 더 나아가 남북한의 공존과 화합을 부르짖고 싶은 거겠지. 그 말을 강조하려고 현직 대통령이 내린 전대미문의 오더, 가야사 복원!

사실 가야사 복원 문제는 김대중 정부 때 잠시 거론된 적이 있다. 그러다가 곧 흐지부지되었다. 이런 소재들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순하기 짝이 없지만 더 큰 문제는 그네들이 가진 엉터리 역사관이다. 우선 그 오류부터 짚어보자.

가야사 복원의 목적은 영호남의 공존과 화합, 더 나아가 한민족의 공존과 화합이라고 한다. 그 위대한 정신을 2천 년 전의 역사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가야사를 복원하면 왜 영호남이 화합하나? 영호남 주민이 역사적으로 같은 사람, 한 식구라는 걸 알게 된다는 게 저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영호남 화합을 주장하려면 영호남 불화(不和)가 선행 조건인데 지금이 과연 그럴 만큼 영호남이 불화하는지부터가 의문이지만 그건 자칫 논쟁의 초점을 흐릴 수 있으므로 일단 제외하기로 하자.

자, 지금 영호남 주민이 서로 심각하게 불화하고 반목한다고 치자. 그런데 가야사를 복원하면 영호남이 하나가 된다?

우리는 신라가 통일한 이후 1,300년 이상을 한 나라로 살아왔다. 가야는 통일 전에 이미 신라와 백제에 녹아 없어진 나라다. 가야가 남긴 가장 강력하고 분명한 유적(?)은 오늘날에도 가장 거대하고 왕성한 김해 김씨들이다. 현재 대한민국 최대의 거대 문중, 수로왕비인 허황후 후손에 이런저런 방계까지 합치면 통계상 500만이 훌쩍 넘는다. 북한인들 다르랴. 우리 국민 10명 중 한 명이 가야인의 후손이다. 김수로왕의 자손이며 김유신의 후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살아간다. 영남에 사는 김해 김씨보다 어쩌면 호남에 사는 김해 김씨가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호남에 사는 김해 김씨를 붙잡고 “당신은 가야사람이죠? 가야사를 복원해서 영호남의 화합을 도모합시다.”고 말한다면 뭐라고 할까?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자신이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후손 김 아무개니까 호남을 싫어하고 호남인과 불화하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영남에 사는 이든 호남에 사는 이든 실은 모두가 신라인의 후손이다. 가야인이 아닌 신라인이다. 북한 주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네들이 아무리 신라를 폄하하고, 신라인을 모욕하고, 제아무리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그네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과 마찬가지인 김씨, 이씨, 박씨, 대부분 신라 성씨를 물려받은 신라인의 후손들인 것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인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서 1,300년 동안 살아온 게 바로 지금의 남한이며 또 북한이다.

굳이 바로 잡으려면 바로 이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신라를 자랑스럽게, 신라인의 통일정신을 본받게, 그래서 우리도 신라처럼 자랑스러운 통일국가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정부와 관청의 노력을 기울이고 혈세를 써야 한다.

고분 사잇길 산책로
고분 사잇길 산책로

박정희가 대한민국의 리더였을 때는 그랬다. 박정희는 신라의 통일정신을 본받자고 주장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신라의 통일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린 오더는 바로 <통일정신 함양>이었고, 직접 나서서 경주 남산에 통일전을 지어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통일전 전각에는 통일의 주역이 김유신 장군, 태종무열왕, 문무대왕 세 분의 영정을 모셨다. 삼국통일 기념비와 사적비 등도 세웠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일을 하려면 우리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힘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게 했고, 화랑정신의 함양과 계승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리더의 오더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단순하고, 명료했다.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하니까 통일역군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호국영령은 저절로 따라오는 덤이었다. 신라에서 시작해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1,300년에 걸친 순국자와 애국자는 모두 호국영령이란 최고의 영예로 통일, 합체되었다. 나라를 지키다가 죽는 것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리더는 이것을 가르치려 애썼다. 이게 있어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그는 신라 통일사를 통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리더다운 리더, 오더다운 오더였다.

그에 비하면 가야사 복원 같은 오더는 너무 피상적이고, 황당하며,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뜬구름 잡는 오더, 사실 이런 건 오더라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전쟁터에서 소대장이 ‘반드시 이겨라’와 같은 피상적 오더를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 가야사 복원을 지금까지 과연 안 해서 못했는가?

하물며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가야사 복원의 오류는 더욱 명쾌해진다. 세월이 흘러간 미래의 어느 날, 우리 후손들이 사는 나라의 리더가 남북한 시대는 동족 간에 서로 혈투를 벌여 부끄러우니 아예 무시하거나 족보에서 파내고 조선사를 복원해 정신적 지주로 삼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우린 무슨 기분이 들까?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가야사 복원과 관련해 가장 불편하고 불쾌한 건 이 모든 호들갑의 저변에 깔린 현 집권층의 그릇된 역사 인식, 영호남의 조상은 서로 다르다는 걸 전제한 뒤 그걸 자신들이 나서서 화해시키고 덮어보겠다는 식의 발상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영호남의 조상이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1,500년에서 2천 년 전의 가야사를 복원해 같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영남은 신라, 호남은 백제니까, 가야사에 가면 서로 하나가 된다는 거다. 마치 미래의 우리 후손이 조선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오도(誤導)다. 이 따위 한심한 역사관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만든 교과서로 요즘 우리 학생들이 역사를 배운다. 신라 통일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통일신라라는 말 자체를 아예 없애고, 중국 땅에서 일어났다가 소멸한, 우리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1천 년 전 발해를 단순히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라며 우리 조상의 나라 통일신라와 대등하게 격상시켜 <남북국시대>라고 명명해 가르친다. 바로 이런 자충수가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해 고구려 역사까지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이치로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자신들의 교과서에 넣고 6세기 중엽까지 신라, 백제와 가야를 지배했다며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한다면 우리가 가만있겠는가?

몹쓸 정치세력의 비열한 수작을 제외하면 영호남은 현실에서 결코 불화한 적이 없지만, 설령 이 정부의 주장대로 영호남이 서로 반목한다고 쳐도 그 이유가 고대사에 있지 않고, 따라서 고대사를 복원한다고 영호남 화합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고령 대가야 박물관
고령 대가야 박물관

가야사 운운은 정권 차원에서 벌이는 또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다. 국민을 속이고, 역사의 방향과 학계의 정상적인 연구의 항상성을 왜곡시키는 포퓰리즘의 극치, 해괴한 난센스, 허무맹랑한 캐치프레이즈다. 마치 가야사를 복원하면 영호남 화합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민심 속임 용 수법의 전형이다. 지역에는 돈을 풀고, 화합 이미지는 선양하고, 수많은 연수생과 워크샵 차량을 들락거리게 만들지만 이 정권이 끝난 뒤에는 그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권력자가 이런 지시를 하면 공무원과 공직자, 관에 밥줄이 걸린 사람들, 학자들, 교육자들에게 강력한 압박이 되어 비상식적이며 기형적인 흐름을 만들고, 그 자체가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며 학계와 문화계 전반에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왜곡을 불러오는 것이다.

신라가 죽을힘을 다해 통일시켜 물려준 나라를 1,300년 만에 양쪽으로 나눠 남한이네, 북한이네 서로 총칼을 겨누고 사는 것도 선조를 볼 낯이 없을 만큼 죄송한데, 그 한쪽에서는 실제로 통일한 선조들의 통일정신을 무시하고 비하하고 능멸하면서 난데없이 가야사 복원으로 영호남을 화합시키겠다니 궤변의 막장을 보는 듯하다. 가야사 복원을 정상적인 흐름에 맡기고 오히려 신라 통일사를 가르치면 우리 민족 형성기의 대동단결 정신을 아주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 그게 곧 통일정신이다.

우리가 통일이 되었는가? 통일을 하지 않았는데 왜 공존과 화합을 가르치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아직은 온 국민이 나서서 통일을 말하고 가르칠 때다. 지금처럼 하다간 사방에 깔린 막강한 적들 앞에 미래의 우리 아이들만 평화만 사랑하는 맨손의 바보가 된다.

이 정부가 말하는 공존과 화합이란 개념은 가야시대엔 없었다. 가야시대는 오로지 약육강식의 시대, 힘의 논리만 세상을 지배했다. 가야사를 복원한다며 정부가 내건 캐치프레이즈 공존과 화합은 말 그대로 허무맹랑한 판타지다. 그 판타지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 국민의 피땀인 혈세를 사방에 마구 뿌린다. 이 정부의 가야사 복원 예산 규모는 수조 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야는커녕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이 엄연한 사실을 호도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힘을 담보하지 않은 공존과 화합이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존과 화합은 세상에서 유일한, 바로 이 정권에만 있는, 이 정권만의 논리다.

간곡히 부탁하거니와 우리를 자꾸 무장 해제시키지 말라. 연일 불을 내뿜는 가공할 신형 무기를 쏘아대며 위협하는 적을, 그것도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동족의 적을 코앞에 두고, 저건 적이 아니다, 공존과 화합의 대상이다, 평화를 사랑하라, 동족과 공존하고 화합하라고 자꾸만 불길한 주문을 걸지 말라.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우리에게만 위험천만한 평화를 주문하지 말라. 역사와 현실을 마음대로 왜곡하지 말라. 이러면 정말 우리 아이들은 다 죽고 만다.

리모델링 중인 역사관
리모델링 중인 역사관

교활하거나 어리석은 자들은 항상 자신을 중심에 놓고 구미에 맞게 역사를 가져와 고치고 재해석한다. 나는 나름대로 꽤나 오랫동안 가야사를 관찰하고 연구해 왔다. 과연 가야사는 미스터리다. 특히 가야와 왜, 백제의 관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지난 세월 동안 한일 양국의 수많은 고고학과 고대사 연구자들이 이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모든 건 미스터리로만 남아 있다.

무슨 말이냐?

이건 누군가가 복원하라고 해서 복원이 가능한 사안이 애당초 아니라는 점이다. 리더의 오더가 불투명하고 뜬구름 잡는 식이면 그 빈틈 새로 수많은 모리배가 달려들어 이권을 탐한다. 그래서 결국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가야사 복원은 리더가 할 오더가 아니다. 그 알맹이인 공존과 화합의 이데올로기는 너무도 불온하고 불길하다. 굳이 그게 필요하다면 역사를 끌어들이지 말고 당당히 혼자 하라.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소원이자 숙원, 통일정신을 함양하는 올바른 리더의 오더를 만나고 싶다.

김정산(펜앤투어 대표작가) penntour@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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