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상 필요한 준법경영제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 재판부 요구로 위원회 신설
위원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최연소 대법관에 임명됐던 김지형 前대법관 내정

정준영 부장판사(왼쪽), 김지형 前대법관
정준영 부장판사(왼쪽), 김지형 前대법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령상 필요한 준법경영제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의 요구로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 등을 다루고 있는 파기환송심에서 정 부장판사로부터 미국의 회사와 이스라엘 회사를 본받으라으라는 지적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부친과 비교해 그 나이에 무슨 혁신 선언을 할거냐, 재판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라는 등의 훈수를 받은 바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내부 준법 감시제도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달 17일 별도 협의체 구성을 논의한 끝에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을 내정하기로 했으며,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위원 선정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령상 필요한 준법경영 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 재판부가 직접 이 부회장에게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의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또 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똑같은 요구를 받을 때 뇌물을 공여할 것인지 아니면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답을 다음번 기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4차 공판기일은 오는 1월17일로, 2주가량의 시간이 남은 상황이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처럼 재판부가 17일까지 요구한 숙제에 삼성이 내놓은 '답'인 셈이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립과 향후 활동계획 등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김 전 대법관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최연소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대법관 시절 그는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소위 진보성향'의 인사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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