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신년하례회에서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풀어 자랑스럽다"
"검찰개혁 마무리 짓는 데까지 내 소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다할 것"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부역했음을 실토한 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로 야당을 비롯해 각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스스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숙원을 현실화하는데 앞장 섰음을 시인했다.  

문 의장은 1일 서울 용산구 의장 공관에서 신년하례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는 데까지 내 소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공수처법 통과를 강행한 데 대한 입장 표명 도중에 격정을 토로하며 "정치 인생 40년 중 제일 길었던 한 해, 제일 길었던 이틀을 보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에도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문 의장은 선거법을 제1야당의 합의없이 통과시키는 사상 초유의 폭거에 앞장 섰고, 뒤이어 대통령 권력을 공고화시키는 대통령 직속 사찰기구인 공수처 설치법을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통과시켰다.

그러나 문 의장은 "가장 긴 날이었지만 가장 보람찬 날이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 실패에 낙담했고, 노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검찰개혁을 강조했다"며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책감이 됐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이 문재인 정권의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문 의장은 "두 대통령의 숙원이, 현 대통령까지 세 명의 숙원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그 역할을 감당해서 결론을 내려면 '내가 희생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이해에 철저히 따랐음을 실토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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