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당시 국방부 장관인 김태영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통일부가 자신의 과거 발언을 이용해 '천안함 폭침 주범 미확인론'을 내세우는 데 대해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외에) 다른 주범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앞서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 날인 2010년 11월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학송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천안함 폭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김격식이나 김영철(당시 정찰총국장)이 이번에도 주범으로 지목됐는데 맞느냐"고 묻자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사진)은 "저희가 정보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

약 8년이 지나, 문재인 정권에서 이달 23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 전 장관의 이 답변을 '폭침 주범 미확인론'의 근거로 들었다. '송영무 국방부' 역시 "배후가 김영철이라고 공식 결론을 내리거나 조사 결과에 반영된 적이 없다"고 궤변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24일 보도를 통해 김 전 장관이 23일 통화에서 "김영철로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의 전체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볼 때 정찰총국장에 있는 김영철을 주범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고 통일부·국방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북한이 '누가 했다'고 밝히지 않는 한, 우리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영철 외에) 다른 주범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 아니며, 김영철이 내려오면 기자가 직접 '당신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냐'고 확인해 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0년 5월21일 국방부의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황원동 당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은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 전례로 볼 때 (폭침 주도 기관은) 정찰총국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해군 수뇌부 중 한 명이던 예비역 장성은 "당시 해군 수뇌부들은 그 정보를 근거로 천안함 피격 배후를 이론 없이 김영철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를 뒤집는 정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25일 입국한 김영철은 그의 '오른팔'로 알려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49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9시53분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문재인 정권 측 환영단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CIQ에서 맞이했다. 이들은 천안함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경 절차를 마친 뒤 CIQ 로비로 나온 김영철은 방한 소감과 천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다소 굳은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 나온 김영철에게 우리 당국이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 책임자로 지목하지 않은 게 주범이란 확실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통일부 설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접촉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접촉의 의제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충돌 문제였기 때문에 김영철을 천안함과 관련해 지목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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