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표결 2시간여 전, 4+1협상 실무-총선기획단장 겸한 윤호중 사무총장이 조응천 의원실 다녀가
기권표 던진 같은당 금태섭 의원은 '대깨文 SNS테러'에 당지도부가 "유감" 공개 압력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이름의 북한·중국식 독재논란 기구 설치법안을 좌파 여권(與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한 직후, 여당 일각에서 "우려"를 거듭 표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사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중심 4+1이 공수처법마저 날치기한 30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공수처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찬성을 한 것은 바로 '당론'이었기 때문이며, 무거운 마음은 '찬성한 법안의 내용이 제 생각과 달랐기 때문"이라며 "권은희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의 수정안 정도면 검찰을 견제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그냥 두면 부패하기 쉬운 권력기관은 반드시 시스템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게 제 평소 생각"이라며 "오늘 통과된 법안의 문제에 대해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우려를 표했지만 치열한 논쟁 끝에 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오늘 통과된 안은 몇가지 우려가 있다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저는 당인으로서 당론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본회의에서도 기꺼이 찬성을 했다"면서 "당인으로서 당론에 따르겠다는 점에 대해 저는 오래 전부터 제 생각을 공개·비공개적으로 밝혔다. 의총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고 당의 지도부들께도 비공개로 의견을 말했다"고 했다.

당론이라는 형식의 압력이 있다면 자신은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의원.(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의원.(사진=연합뉴스)

이 점에서는 앞서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에서부터 정부여당 원안 및 4+1 수정안대로의 공수처법 입법에 줄곧 반대하고, 30일 본회의에서도 여당 의원으로선 유일하게 '기권표'를 같은 당 금태섭 의원과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회의 당시 좌파여권 의원들은 '독소조항 대거 삽입' 논란의 공수처법 4+1 수정안을 한국당 의원 108명이 전원 퇴장하고 176명이 의석에 남은 가운데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시켰다. 

반대 14표와 기권 2표는 바른미래당에서 나왔다.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박주선·신용현·오신환·유의동·이태규·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김동철·이상돈 의원은 기권했다. 나머지 하나의 기권표가 검사 출신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것이었다.

금 의원을 두고는 친문(親문재인) 극렬 지지자들이 그의 페이스북 계정 등으로 몰려가 "한국당에 입당하라" "민주당을 탈당하라"며 댓글 테러를 가했고,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까지 "당론인데 (금 의원의) 기권표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그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검토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압력을 시사한 바 있다.

3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의원은 공수처법 표결 직전 민주당 지도부의 압력을 받아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오후 3시40분쯤 이 신문의 기자는 국회 의원회관 조 의원 사무실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좌파여권 4+1의 실무 협상자로 나선 바 있고, 현재 당 총선기획단장을 겸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당내 영향력이 없지 않다. 

이 신문은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법 찬성을 설득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었나 싶다"고 추측했다고 보도했다. 조 의원이 지난 27일 당 비공개 의총에서 공수처법 4+1 수정안에 대해 '타 수사기관에서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범죄혐의 인지 단계에서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문제 삼으며 "과하다"고 비판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

윤 사무총장과의 면담의 영향인지, 조 의원은 결국 본회의 30분 전 열린 의총에선 "나도 (법조) 전문가인데 그동안 공수처법 논의에서 배제됐다가 나중에 '어이쿠' 하면서 알게 됐다. 이게 어떻게 당론인가"라며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공수처법 관철) 당론이 정해지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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