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전원퇴장 속 집권 민주당과 '위성정당'들만으로 공수처법 넘겨...찬성 159명-반대 14명-기권 3명
김정재 한국당 의원 "민주당 기명투표 고집 이유는 靑 눈도장용...집착말고 무기명투표 양심에 따르자"
與圈, '무기명 투표' 요구 묵살하고 기명 전자투표 강행 표단속...무기명 투표 안건 부결직후 한국당 퇴장
문재인 독재 길 열어준 4+1, 본회의 앞서 '검찰 위의 공수처' 만드는 독소조항에 '보완책 마련 촉구' 시늉
심재철 "공수처법 즉각 헌법소원...좌파 막가파들에 짓밟혀 면목없다, 4월 총선에서 저들 심판해달라"

사진=국회방송 캡처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 등 이른바 '4+1'이 내년도 512조원대 예산안과 선거법에 이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마저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했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부터 본회의 표결처리, 정부예산안 심사와 국회 통과, 대부분의 의사일정 모두 '교섭단체간 합의 정신'을 무참히 깨뜨린 채 강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여당과 유사한 좌파 위성정당들에게 의석을 대가로 '국회 위의 공수처' '여권 비리 묵살용' 논란의 독재기구를 연말 선물로 안겨준 격이 됐다. 

이날 본회의는 오후 6시 개의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의 본회의장 연단 농성 등으로 인해 30분가량 지연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7일 선거법 상정과 표결 때처럼 70∼80명의 '인간 띠'를 만든 뒤 의장석을 둘러쌌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은 사퇴하라! 독재 타도! 무기명 투표를 허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장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이번에도 야당 의원들을 밀어냈고, 이 과정에서 질서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경위들과 한국당 의원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희상 의장은 오후 6시34분쯤 경위들의 도움으로 의장석에 올라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하나둘 자리로 돌아갔다.

12월30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뒤로 하고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표결에 앞서 의사 진행 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른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의장님은 아들의 공천을 우선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본인의 공천을 우선으로, 양심이 아닌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으냐"고 문 의장을 성토하는 한편 "민주당이 기명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나는 청와대 하명을 잘 따르고 있다'는 청와대 눈 도장용"이라며 "눈 도장에 집착하지 말고 양심에 따르라. 무기명 투표해서 공수처법 찬성을 눌러라"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처럼 국회의원 개별 헌법기관으로서의 소신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중심 4+1은 이를 부결시켜버리고 정치권에서 '4+1 단일안'으로 물리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수정안 전자투표를 강행했다. 한국당이 항의의 뜻으로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이 공수처법 수정안 표결에는 176명의 의원이 참여했으며, 159명의 찬성표와 14명의 반대표 3명의 기권표가 나오면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금태섭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법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혀 왔다. 4+1에 참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중에서는 김동철 의원이 기권했다. 지난 27일 공수처법에 우려한다는 의견을 공개 표명했던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찬성표를 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12월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에 요구한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권은희 의원의 수정안으로 4+1 수정안 표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공수처법 원안·수정안 표결에 앞서 한국당이 요청한 '무기명 투표' 제안 안건부터 범여권 과반으로 부결되면서 '권은희 안'은 제대로 된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후 안건 표결에서 전원 퇴장한 가운데 '권은희 안'은 재석 173인 중 찬성 12인, 반대 152인, 기권 9인으로 부결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설치법 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이중 경찰·검사·판사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 유지도 한다. 민주당은 내년 7월쯤 공수처 설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수처법에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정권 교체 이후'를 감안해 공수처 통제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4+1은 수정안 밀실 논의를 통해 공수처 수사관으로는 비(非)검찰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만 있어도 임명될 수 있도록, 공수처 검사 역시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만을 요하도록 정부여당 원안대비 문턱을 크게 낮췄다.

조사업무 실무의 개념도 '수사처 규칙'이라는 문구로 인해 공수처장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회원 출신인 좌파 변호사단체 '민변' 등에서 변호사 자격만 지녀도 공수처 수사관과 검사로 거듭나 사법부와 준사법기관인 검찰, 경찰을 수사·기소할 수 있는 주체로 활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들에 대한 지방선거-국회의원 선거 출마는 정부여당안에서는 징계 대상이었으나, 4+1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징계조항을 삭제하면서 공수처 수사관·검사들의 출마 길도 열어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12월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도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는 독소조항도 4+1은 밀실논의를 통해 추가함으로써, 공수처가 사실상 검경의 상위기관으로서 모든 수사대상 고위공직자의 비위 첩보를 독점한 뒤 수사 여부까지 판단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공수처장과 구성원들의 소위 '정무적 판단'에 따라, 현재 검찰이 청와대 핵심부를 겨누고 있는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감찰 무마사건과 유사한 비위 은폐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4+1은 이른바 '원내대표급 회동'에서 타 수사기관→공수처 첩보 통보 조항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합의를 이뤘으나 뚜렷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수처 규칙을 정함에 있어 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통보받은 경우 인지 범죄를 통보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기한을 특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을 뿐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무기명 투표 무산 직후 본회의장을 퇴장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비리 은폐처, 친문 보호처"라며 "대통령 퇴임 후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서 문재인 대통령 관련 모든 범죄를 암장하겠단 저들의 폭거를 역사는 죄악 중 죄악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또 "2019년 하루 앞둔 오늘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한테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 공수처는 북한의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로 인해 한국 국격은 나치와 북한 같은 저열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저들은 비판 견제 세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공수처를 탄압의 도구로 사용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은 울산 시장 불법 선거공작, 유재수 감찰 중단,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등 3대 국정농단을 통해 부패와 범죄 드러나자 원안보다 더 악마적인 공수처 법안을 만들어 불법 처리했다. 대통령도 수사받아야 할 정권 범죄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자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고 범죄 비리를 덮기 위해 독재 사회에서나 볼 악법을 꼭두각시를 내세워 불법 처리했다"며 "한국당은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 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문 의장, 4+1야합에 참여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평당 대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을 언급하며 "사악한 법안에 찬성표 던진 걸로 나타난 의원 모두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역사상 최악의 쌍둥이 악법을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지 못했다. 한국당으로선 사력을 다 했지만 이성도 없고 상식도 없는 좌파 막가파들에게 짓밟혔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인 뒤 "내년 4월 총선에서 저들을 심판해달라. 한국당이 저들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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