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9년, 생활고 시달린 일가족 목숨 끊는 일 잇달아 발생
실직, 사업 실패, 빚 등 경제적 곤경에서 비롯...3040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
文정부, 주력 세대인 3040 일자리 박살나는데 ‘세금 일자리’로 고용지표상 착시효과 편승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9년에는 생활고 등으로 인해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이 거의 매달 있었다. 대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의 가슴 아픈 사연이어서 이 무렵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민들은 이를 기억하고자 연초부터 언론에 보도됐던 사건들을 정리해 SNS상에서 공유하고 있다. 아래는 그중 일부를 추려내 정리한 것이다.

▲1월

올해가 시작된 지 3일이 지난 1월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반지하에 월세 들어 살던 80대 여성 김모씨와 50대 여성 최모씨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은 모녀가 이 집에서 15년 넘게 살다가 이사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외부의 침입 흔적은 없었으며, 사인은 질식사로 밝혀졌다.

1월 24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7살 A씨와 부인, 그리고 10대 자녀 두 명이 집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정돈된 현장 내부와 외부 침입 흔적이 전무한 점을 볼 때 이들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월

설 연휴(2월 4일~6일) 다음 날이었던 지난 2월 7일. 충남 천안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아버지 A(70)씨가 생활고 등으로 신변을 비관하다 인화물질을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A씨와 A씨의 아내(66), 딸(40)이 함께 숨졌고, 아들(36)은 발코니에서 구조돼 목숨을 구했다.

2월 25일에는 여수의 한 리조트 객실에서 A(53)씨와 A씨의 아내(50·여), 10~2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리조트 직원이 이날 오전 퇴실시간을 넘겨서도 응답이 없어 해당 객실을 찾았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을 수사한 경찰은 발견된 유서 등을 들어 자살로 결론지었다.

▲3월

3월 6일 충남 공주 단독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부부는 아들 2명과 각각 안방과 거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는 타다 만 번개탄 등이 남아 있었다.

3월 13일 부산 금정구 다세대주택에서 일가족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처남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36세 부부와 이들 부부의 5개월 된 아들이 안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로 형편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 등이 있었다.

▲5월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 시흥의 주차된 차량 안에서 일가족 4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로 30대 부부가 4살 아들과 2살 딸을 각각 꼭 끌어안고 의자에 앉아 세상을 등졌다. 사채로 빚을 진 맞벌이 부부가 개인회생 신청을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0일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의하면 A씨(50)는 억대 빚 때문에 경제적 곤란을 겪다가 아내(48)와 고등학생 딸(18)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정의 달인 5월에 채무문제로 연달아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이 안타깝다”며 채권추심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월

6월 9일 경기도 시흥의 제2경인고속도로 위에 멈춰선 한 차량 안에서 80대 노부부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이들이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월

7월 10일 울산 북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모자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50대 중반과 20대 후반인 이들 모자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8월

8월 17일 경기 의왕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제적 생활고 때문으로 이를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함께 있었다고 한다.

▲9월

9월 4일에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고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A씨(43세) 신원을 확인해 자택으로 찾아간 경찰은 그의 30대 아내와 10살 미만의 아들, 딸도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 소지품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고, 집에서는 7개월 밀린 ‘우유 대금 고지서’가 발견됐다.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사채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0월 1일 제주도 연동의 한 아파트. A씨(42)와 부인, 초등학생 아들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 4명은 한 방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해왔던 A씨의 우편함에는 각종 독촉장들이 꽂혀있었다고 한다.

10월 15일에는 경남 거제의 한 원룸에서 일가족 4명이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일가족 4명 가운데 아버지인 A씨(39세)와 두 아들(8, 6세) 등 3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A씨 아내(39세)는 위독한 혼수상태였다. 부부의 사업 실패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11월

11월 2일 서울 성북동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세 명 등 일가족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활고 등이 적힌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우편함에는 각종 고지서와 독촉장이 쌓여있었다고 한다. 딸들이 운영하던 가게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이들 가족은 건강보험료와 도시가스비 등을 체납했다.

11월 20일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A씨(49)의 유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직장을 잃은 A씨는 생활고를 겪다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대구 북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부모와 아들(14), 딸(11)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년 전 축산유통업에 종사하다 실직한 가장 A씨는 차량세를 미납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번개탄을 피운 집 안에는 일가족 4명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일가족 자살’, 또는 ‘동반자살’로 알려진 이들 사건은 실직, 사업 실패, 빚 등 경제적 곤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민일보에 의하면 ‘일가족 자살’ 사건은 미성년 자녀를 둔 3040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창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이들이 경제난 등을 이유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건설업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30~40대 일자리가 13만개나 줄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통계의 전체적 수치 자체가 개선됐다며 정책 효과를 적극 홍보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근거해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말해 전문가들의 지탄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주력 세대인 3040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가 역대 최장기 동안 사라지고 있음을 재정 투입으로 급증시킨 ‘세금 일자리’로 감추는 고용지표상의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10월까지 30∼50대 남성 고용률이 계속 하락했는데 이것이 경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며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17시간미만”이라고 했다. 40대를 중심으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자리가 거의 박살이 났다는 얘기다. 또한 주 50시간 일자리가 사라지고 정부 지원으로 10시간짜리, 5시간짜리 등의 일자리가 급증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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