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이스라엘 가고 빈 라덴이 미국 간 격" 비판 줄이어
통일부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 부탁” VS 유가족 “이번만은 참을 수 없어”
北 대표단, 김영철‧리선권‧수행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
김영철,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질문에 묵묵부답
‘통일대교’ 막히자 군사도로로 우회해 서울 도착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진=연합뉴스)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서울로 들어왔다.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단체들, 천안함 유족이 나서 통일대교 남단 대교 위에서 김영철의 방한을 저지하기 위한 밤샘 농성을 벌이자 군사도로 등 우회로를 이용했다.

북한 대표단 도착 당시 통일대교는 전날부터 시작된 ‘김영철 방한 저지 농성’으로 꽉 막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인근에 있는 군사도로인 ‘전진교’를 이용해 서울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대교는 북한 대표단이 육로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통상 꼭 지나쳐야 하는 곳이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김영철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전 9시49분께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9시53분께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출입사무소에서 직접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을 맞았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간단한 입경 절차를 마치고 오전10시15분에 차량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김영철은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소감 한마디 말씀해 달라’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한 이들은 이날 저녁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전날 오후6시부터 시작된 통일대교 위 농성 시위는 이날 오전11시20분께 철수했다.

전날 오후6시께부터 시작된 통일대교 위 농성장에는 대부분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합류했다. 의원들이 현장에 속속 참석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한국당 최고위원의 차를 막아서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농성장을 찾았던 천암함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오후 10시반께 현장에 도착해 농성에 참여한 故 민평기 상사의 형 민광기(47)씨는 “한국에서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천안함에서 산화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당시 위로금으로 지급됐던 1억원을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써 달라”며 국가에 위탁하기도 했다. 민 씨는 “김영철의 방남을 대승적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이번만은 결코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3일 “정부는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수용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정부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런 차원에서 김 부위원장의 연관 여부도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날 김영철의 방한과 관련해 "독일 히틀러가 이스라엘에 입국하거나 빈 라덴이 미국에 들어간 격"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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