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후폭풍..."대한민국 법원은 죽었다...박근혜-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왜 무더기 구속시켰나?" 비판여론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판사 “조국 범죄혐의 소명-죄질 좋지 않지만 증거인멸 우려없어 구속 사유 안 돼”
배우자 구속돼 재판 받는 사실도 고려..조국 사적인 편의 봐주면서 기각
檢,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 들어 신병확보 못해도 수사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
檢, 영장 재청구 가닥 잡고 있지만...法이 범죄 사실 인정한 만큼 불구속 기소도 검토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10시 5분 구속 전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촬영=이종건PD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새벽 기각됐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도 소명되고 죄질도 좋지 않지만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식의 기각 사유를 밝혀 비판이 적지 않다. 검찰은 재판부가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한 만큼 수사 전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덕진(50·사법연수원 27기)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오전 1시쯤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시점에서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어 구속사유가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피의자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점 등을 종합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각 사유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 사표를 받는 선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는 상당 부분 밝혀진 상태다. 권 부장판사도 기각 사유에서 이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증거가 불확실하고 범행을 인정할 수 없어 ‘다툼의 여지’가 있기에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로 이뤄졌다. 일가(一家) 비리 혐의로 구속된 정경심씨를 예로 들며 조 전 장관의 사적 편의를 봐준 기각 사유도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구속하지 못했지만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 ‘죄질이 좋지 않다’ 등의 법적 판단을 바탕으로 수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할 방침이며 재판부가 범죄 사실을 인정한 만큼 불구속 기소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권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됐다. 이어 4시간 20여분 가량 진행된 뒤 오후 2시 50분쯤 종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이정섭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4명을 심사에 투입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 측은 김칠준 변호사 등 8명으로 맞섰다.

조 전 장관은 심사 중 외부 인사들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청탁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권 부장판사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외부 인사들의 영향력이 감찰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정무적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앞서 검찰에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 걸쳐 소환됐을 때와 동일한 변호를 한 것이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정무적 판단’을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이 중단된 점과 금융위원회에 관련 의혹을 통보했지만 감찰 기록을 첨부하지 않은 점 등을 미루어 법적 책임이 상당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김 지사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의 구명 청탁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유관 업체로부터 챙긴 뇌물액수는 5000만여원에 달해 그의 비위 사실이 중대한 데도 이에 대한 수사 의뢰나 징계 등을 거치지 않은 점 역시 단순한 정무적 판단일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수사관이 해당 의혹을 폭로하자 조 전 장관이 직원들에게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 등 감찰 기록을 지워버리라고 지시한 증거인멸 부분도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감찰 무마’는 없었고 이는 검찰의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은 계속 진행됐으며 조 전 장관은 금융위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증거인멸 부분에 대해선 통상적인 절차에 불과하단 식의 변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다음은 권덕진 부장판사가 밝힌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기각
-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됨
- 다만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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