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출氏 등 “‘한·일 위안부 합의’로 정신적·물질적 손해 입었다” 주장...국가 상대로 1인당 1억원 손해배상 요구
1심 재판부 "국가간 외교행위는 폭넓은 재량권이 허용되는 영역...국가 불법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 "피해자들 정신적 고통...국가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 위해 대내외적 노력해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일부 시민들이 한·일 양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소위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는 강일출 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일부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조정기일을 열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한 것으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을 국가가 겸허히 인정하고, 국가가 향후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내외적 노력을 계속한다”고 적었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결정문을 송달 받은 후 2주 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조정 내용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강 씨 등은 지난 2015년 12월28일 우리 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가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나고,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며 생존자 1명 당 1억원의 위자료를 국가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배상 금액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한다고 해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과 다른 방향에서 결정문이 나온 부분은 주목할만하다.

강 씨 등이 말하는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놓고 한·일 양국 간 분쟁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한 것을 뜻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직접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향후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강 씨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외교적 행위는 국가 간의 관계에서 폭넓은 재량권이 허용되는 영역”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국가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강 씨 등은 1심 판결에 반발했고 항소했다.

강 씨 등은 ‘위안부 합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27일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 2015년 12월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상은 한국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소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최종 타결 내용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에 임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軍)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위안부 합의’ 내용에 따라 일본 측은 10억엔을 출연(出捐)해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문재인 정권은 그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한 끝에 지난해 11월21일을 기해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7월3일을 기해 등기상 공식적으로 해산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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